한중수교 20년
   
▲ 인천항-중국간 국제여객선을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붙잡을 인천만의 관광인프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26일 인천연안부두 국제여객터미널 출국장 풍경. 휴일을 맞아 인천을 찾은 수많은 관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대륙에서 온 손님들

관광 인천의 빛과 그늘


지난 8월20일 오전 9시 인천국제여객터미널. 전날 중국 웨이하이를 출발해 꼬박 13시간을 달린 뉴골든브릿지II호가 인천항에 도착했다. 주이웬(24·여)씨도 이 배에서 내렸다. 중국 칭다오에 살고 있는 주이웬은 인천이 낯설지 않다. 인천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지난해 첫 방문은 그가 졸업한 칭다오대에서 단체로 이뤄졌다. 올해는 가까운 친구들 6명과 함께 왔다. 일행은 4박5일 일정으로 여행계획을 짰다 주이웬의 관광 일정은 서울 강남구와 남대문·동대문시장, 호텔 인근 면세점, 경복궁 등이 포함됐다. 모두 서울에 있는 관광지다. 지난해 대학에서 단체로 왔을 때 움직였던 관광코스와 큰 차이가 없다. 인천 관광은 출국 예정일인 24일 오전에 북성동 차이나타운 일대를 잠깐 둘러보는 것이 전부다.

지난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한·중 수교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 인천-중국간 10개 국제여객 항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지난달에만 10만2201명이 인천-중국간 여객 항로를 이용했다. 이 중 약 70%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인천이 아닌 서울과 경기도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입국 수속을 마친 주이웬 일행도 사흘간 머물 호텔에서 보낸 승합차에 올라탔다. 이들을 태운 차량은 서울에 있는 유명 호텔의 이름을 달고 있었다. 인천은 말 그대로 '속빈 강정'인 셈이다.


인천 - 중국 국제여객선 이용 비약적 증가

월 10만명 방문 … 숙박은 연 7만4000명 뿐

한류 활용 프로그램·특화상품 개발 시급




▲몰려오는 중국인
인천항-중국을 오가는 국제여객선을 이용한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황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인천과 중국 칭다오·다롄·웨이하이 등을 잇는 10개 항로와 평택-중국 2개 항로를 이용한 전체 여행객은 올해 상반기 81만622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74만5292명과 비교해 9.5% 상승했다. 특히, 중국인 여행객이 급증해 이 기간 47만 5660명을 기록해 전년(33만7521명)보다 무려 40.9% 늘어났다. 비행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여객선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단체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여객터미널 내 면세점도 신이 났다. 중구 항동 제1국제여객터미널 3층 한국관광공사 면세점에 지난 1월 입점한 명품 브랜드가 월 100%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면세점은 프라다, 코치 등 브랜드 제품과 에스티로더, 랑콤 등 해외 유명 화장품을 취급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는 입점 직후에는 매출이 적었지만 3월에는 300만~500만원, 4월 1000만원, 5월 2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인천항 전체 면세점 매출이 최근 3년간 연 20%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신장세가 가파른 편이다. 매출 증가 이유는 관광업계 큰손인 중국 단체 여행객의 여객선 이용이 늘면서 중저가 상품보다는 고가의 명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인천 관광은 좀처럼 호황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천은 다양한 볼거리와 휴식을 제공하는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숙박시설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인천에서 특1급 호텔은 모두 3곳이다. 쉐라톤인천호텔, 파라다이스호텔, 하얏트리젠시 인천 등이다. 특2급은 라마다송도호텔, 로얄관광호텔, 베스트웨스턴인천에어포트호텔, 송도브릿지호텔, 송도파크호텔, 하버파크호텔 등이다.

▲부족한 관광 인프라
지난 2월 중국 네이멍구 치슈중학교 학생 320명이 수학여행지로 인천을 선택했다. 하지만 300명이 한꺼번에 묵을 숙소가 문제가 됐다. 인천시는 부랴부랴 인천대학교 기숙사를 빌려 치슈중학교 학생들에 제공하고 간신히 수학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이는 미흡한 인천 관광 인프라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가 됐다.

인천시는 올해 인천관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을 마련했다.인천지역 내 잘 알져지지 않은 신규 관광지 뿐만 아니라 '중국주간문화관광축제', '한류관광콘서트' 등 인천의 주요 축제를 추진한다.

또 인천지역 숙박업체, 관광체험시설, 관광교류기관, 쇼핑업체 등 인천 내 관광 사업체 약 20여 업체가 참가한 미니 트래블 마트(Mini Travel Mart)를 개최해 실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11년 외래관광객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행 중 방문 비율은 서울권 79.7%, 경기권 23.8%를 기록한 반면 인천은 9%에 불과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인천 지역 주요 방문지는 송도·인천대교 49%, 영종도·공항주변 32.1%, 월미도·차이나타운·개항장 30%, 강화도 10.3%, 소래포구 5.1%, 옹진 1.2%등의 순이었다. 거주국 별로는 송도·인천대교는 일본(77%) 및 대만(71.1%)에서 높았고 영종도·공항주변은 호주(55%), 월미도·차이나타운·개항장은 러시아(44.3%) 비율이 높았다.

경제자유구역개발 등으로 뒤늦게 들어선 송도·인천대교가 1위를 차지하는 한편, 오랫동안 인천이 자랑해 왔던 지역 자연 및 역사 자원들이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섬, 갯벌 등 인천 특화 자원을 관광 상품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은 메아리일 뿐이다.

▲인천만의 관광 상품
매월 1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인천을 찾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인천을 방문해 하룻밤 이상 숙박을 한 중국인 관광객은 7만4000명 밖에 되지 않는다. 인천시는 올해 10만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우선 인천의 호텔에서 숙박하고 인천 재래시장이나 백화점을 방문하는 등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중국인 관광객 모집 여행사에 관광객 1인당 6000원의 숙박 인센티브 지원금을 지급한다.

한류 문화 체험과 한류 관광 콘서트 등 한류를 즐기려는 중국인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춘 관광상품을 개발해 8000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한·중 실버 및 청소년단체 문화교류 확대를 통해 인천을 알리는 노력도 계속 추진한다. 크루즈선을 통한 중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도 강화된다. 3·4월 상하이와 홍콩을 출발해 인천항에 입항하는 로열캐리비안호(7만t급·총 3편)를 비롯해 5∼8월 상하이를 출발해 인천항에 들어오는 코스타크루즈호(5만 t급·총 19편)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천만의 특화된 상품 개발은 갈 길이 멀다. 실제로 경북 울진군에서는 30명 이상의 내국인 관광객이 울진에서 2박하면 30만원을, 외국인의 경우에는 10명에 40만원을 보조한다. 관광객들이 쓰고 가는 돈이 울진 군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있어 가능했다. 수원시는 국민 시인 고은씨를 모셔오기 위해 상광교동에 아늑한 저택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도시의 문화 브랜드 높인다는 방침이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중국인이 인천에 머무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자치단체가 보다 현실적인 인천만의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인성기자isb@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