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재정위기 왜 거짓말 했나
   
▲ 인천시 재정위기는 지난 2009년을 정점으로 대규모 건설 사업과 축제에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이 낭비되면서 초래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시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아시안게임과 도시철도 2호선을 재검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가 아시안게임 반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인천일보 자료사진


인천시 재정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지난 10일 감사원이 발표한 '지방재정 건전성 진단·점검 결과'는 시가 지금까지 재정난을 숨기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예산 뻥튀기와 분식회계, 당겨쓰기 등 도산 직전인 회사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시 재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2000년 6천368억 원이었던 시 채무는 올해 2조 7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렇게 늘어난 채무는 인천이 '국제적인 도시'로 도약하리라는 '환상'에 쓰였다. 지난 2009년을 정점으로 대규모 건설 사업과 축제에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이 낭비됐다.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시 채무는 오는 2014년까지 3조 3천29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재정위기단체' 지정을 가늠하는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38~39%선으로, 마지노선 40%에 1~2%만 남겨두고 있다. 재정 주권을 뺏길 위기 속에서 시 재정위기의 원인과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장미빛 미래'에 펑펑 썼다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시 채무는 1조 2천383억 원에서 2조 7천195억 원까지 늘었고,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26%에서 37.1%까지 증가했다.

채무가 가장 급격하게 늘어난 때는 지난 2009년. 당시 시는 지방채 8천386억 원을 발행하고 474억 원을 갚았다. 8천억 원에 달하는 빚이 1년만에 생긴 것이다. 그동안 26%선을 유지하던 채무비율은 2009년을 기점으로 30%까지 치솟았다.

이 빚들은 모두 어디에 쓰였을까. 시는 당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겨냥한 대규모 정책들을 폈다. 도시 위상을 높히고 성공적인 대회를 치러 국제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는 목표가 정책에 따라 붙었다.

인천세계도시축전 개최, 아시안게임 인프라 구축을 위한 경기장 및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대부분의 빚이 여기에 투입됐다.

시가 인천세계도시축전에 쓴 예산은 모두 1천330억여 원. 이 뿐만 아니라 지난 2006년부터 축제성 정책에 투입된 예산은 모두 1천916억여 원에 달한다.

인천아시안게임 관련 예산은 끝도 없이 들어갔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대회 관련 주요 투자 사업에 쓰였거나 쓰일 예산은 경기장 신설 1조 7천633억 원, 체육공원 조성 572억 원, 도로 등 교통망 확충 1천242억 원 등 모두 1조9천447억 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예산을 아껴야 한다는 기본적인 방침은 뒤로 밀려버렸다. 서구 주경기장 신축은 대표적인 아시안게임 관련 사업이자 예산 낭비 사업이다.

감사원은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으로 문학경기장을 활용했다면 3천975억 원을 아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예산들은 전부 '빚더미'로 시에 돌아오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아시안게임 채무는 5천350억여 원에 달해 전체 채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시는 오는 2014년까지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9천490억여 원의 빚을 더 내야 한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도 마찬가지다. 총 건설 비용은 오는 2014년까지 2조 1천838억 원. 지난해까지 7천685억여 원이 투입됐고, 앞으로도 1조 4천153억여 원을 더 써야 한다.

이 때문에 시 재정에 여유가 사라지자 국민적인 요구로 늘어나고 있는 사회복지 예산마저 시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2007년 5천 580억 원을 기록한 사회복지 예산은 지난해 1조1천억 원까지 늘어났다. 연평균 사회복지 예산 증가율은 17.1%에서 25.2%까지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재정 문제없다" … 계속된 '거짓말'

상황이 심각한데도 시는 재정난을 숨기기만 했다.

지난 10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09년 이듬해 예산안을 만들며 근거없이 예산 4천25억 원을 '뻥튀기'했다. 근거가 없다보니 세금은 자연스럽게 덜 걷혔다. 부족한 돈은 2천671억 원에 달했다. 이렇게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누적된 세수 결손액은 8천495억 원에 달한다.

'뻥튀기' 예산은 올해도 반복됐다. 시는 올해 송도 6·8공구 부지 매각 대금으로 3천억 원을 세입 처리했다. 하지만 부지 매각을 위한 협상이 지지부진한데다 명확한 매각 근거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부지 매각이 불발될 경우에는 세수 결손액 3천억 원이 또 발생할 우려가 있다.

적자 예산은 '분식회계'로 감춰졌다. 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발생한 적자 8천495억 원을 결산서에 기록하지 않았다. 시는 매년 이익을 낸 것 처럼 결산서를 작성했다.

시는 일상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있다. 지난해 7월 발표된 인천세계도시축전 감사 결과에서도 시가 152억 원 적자를 18억 원 흑자로 잡았다가 적발된 전례가 있었다. 오는 2월 발표되는 2011년 시 재정 결산에서도 이같은 '분식회계'를 저질렀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같은 재정 문제는 지난 2010년 시 재정 위기 해결을 내세운 송영길 인천시장이 당선되면서 드러났지만 예산 '뻥튀기' 등 그동안의 악습은 고쳐지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벌여놓은 사업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난 일이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2020년 돼도 빚 전부 못 갚는다

시는 오는 2014년까지 채무가 3조 3천29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할 때까지 채무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지방채 발행액은 2012년 6천480억 원, 2013년 4천362억 원, 2014년 2천811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늘어난 채무는 2020년에야 지난 2009년 수준인 2조 4천824억 원으로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2009년 단 한 해의 정책결정이 10년 넘게 시를 빚더미로 몰아넣은 셈이 됐다.

시가 본격적으로 빚을 갚는 시기는 오는 2015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방채 발행액과 상환액의 크기가 역전되는 시기다. 2015년부터 상환액은 3천23억~3천395억 원 수준이다.

시는 당장 오는 2014년까지 예산대비 채무비율을 40% 아래로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상 채무 비율은 2014년까지 38~39%선이다.

하지만 이 비율에는 앞으로 시가 발행해야 할 도시철도2호선 건설 국비 선투입분 지방채 3천600억 원이 반영되지 않아 40%를 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대규모 건설 사업을 지양하고 투명하게 재정을 편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송도컨벤시아 2단계 건설사업 480억 원과 아이타워 신축 834억 원 등을 올해 예산에서 삭감하고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시에 요구하고 있다.

인천 재정위기 극복 시민모임 신규철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가 지적했던 문제들이 감사로 인해 사실로 드러났다"며 "장기적으로는 전라북도가 시행하고 있는 재정사업 평가 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재정 사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등 재정 민주주의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