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철도 후진국형 산재 왜 자꾸 반복되나
   
▲ 지난 9일 오전 0시31분쯤 코레일공항철도 계양역에서 인천공항 방향으로 1.3km 떨어진 선로 위에서 동결방지 작업을 하던 근로자 5명이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일 오전 사고현장에서 경찰과학수사반, 인천지방노동청, 공항철도 관계자들이 합동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공항철도 작업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지 9일이 지났다. 유가족과 용역 업체인 코레일 테크가 보상에 합의하며 사고는 어느 정도 일단락 된 듯 보인다.

하지만 사고의 발단에 대한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절대 일어나선 안될 후진국형 사고라는 지적과 함께 이를 보완할 법적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따라 노동자들의 안전이 관리비 절약이라는 무자비한 고통 속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산업재해가 일어나는 원인을 짚어보고 해법을 논의해 본다.

#1. 지난 9일 0시29분. 인천공항철도 계양역에서 1.2km 떨어진 선로 위에서 동결방지 작업을 하던 노동자 A(55)씨 등 5명이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현장에서 사망했다.
 

   
▲ <표1>한국과 주요 선진국 재해율 및 사고성 사망만인율 비교(2010년 기준)


사고 현장에는 당연히 자리했어야 할 용역업체 관리감독자와 코레일공항철도 관리자는 이 시각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사망 노동자들은 사고 당시 야광조끼 등 안전장구도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2. 지난 10월9일 오전 6시40분. 인천시 중구 운서동 코레일공항철도 용유차량기지 출발대기소 주변에서 철도차량을 정비하던 용역 업체 직원 B(47)씨가 고압선에 감전돼 사망했다.

당시 B씨는 옷이 타고 몸이 굳은 상태로 동료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B씨 역시 관리감독관의 입회 없이 작업을 진행하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역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연간 산업재해발생현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의 재해율은 2010년 0.69%다. 노동자 1만 명 당 사고 발생에 따른 사망자의 비율을 나타낸 사고성 사망만인율은 0.97%다.

일본의 경우 재해율은 0.25%, 사고성 사망만인율은 0.23%다. 영국의 경우 재해율은 0.5%, 사고성 사망만인율은 0.05%에 불과하다. 독일과 미국의 경우도 사고 사망만인율은 각각 0.2%와 0.38%에 불과하다.

한국의 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가 선진국들에 비해 많게는 0.92%에서 적게는 0.59%까지 나는 상황이다.

산재보험금 지급현황을 봐도 한국의 상황을 알 수 있다. 지난 2001년 1만 7천446명이었던 산재보험지급자는 2010년 3만 5천237명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산업재해에 포함돼 보상을 받은 노동자의 수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이는 산업재해 발생이 늘어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표 참조>
 

   
▲ <표2>산재보험 보험급여 지급 현황(단위:명)/자료=통계청


▲자본 논리에 맡겨진 노동자들의 안전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본 논리를 꼽고 있다.
유연한 경영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공공성을 띄는 사업들이 민영화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곧 자본을 최대한 아끼려는 자본가의 논리가 적용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인천공항철도가 가장 단적인 예다.

코레일 테크는 코레일이 시설운영 부분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설립된 코레일공항철도의 자회사다. 코레일 테크는 이에 따라 지난 2003년부터 인천공항철도의 시설관리 부분을 맡고 있다.

쉽게 말해 인천공항철도의 시설 관리를 원청인 코레일공항철도에서 맡지 않고 용역업체인 코레일 테크에게 떠넘긴 것이다.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여기에서 문제를 짚고 있다. 용역 업체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당연히 인건비를 줄일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노동자의 안전문제로 연결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코레일 테크 직원 중 96%가 비정규직이다. 당연히 직원들의 고용불안은 가중되지만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최대의 수익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비정규직화가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또 인건비 절감은 안전요원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코레일에서 철도 시설을 관리했을 때에는 철로 공사를 할 시 안전 요원을 공사 현장 전·후방에 배치, 열차의 움직임을 비롯해 모든 위험 요소들을 감시했다. 그러나 관리 부분을 용역 업체에게 넘긴 이후 가장 먼저 사라진 게 안전 요원들이었다.

김 교수는 "외주화될 경우 가장 먼저 구조조정 되는 것이 안전요원"이라며 "자본 논리에 맡겨 버린 현재, 공항철도 참사와 같은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용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안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 해도 해고가 두려워 입을 닫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위험한 상황이라도 안전은 뒤로 하고 공사 현장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철도, 공항 등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부분에서 안전관리자의 인원과 위치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해 담당 업체에서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못 박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권고 정도로 그치면 안되며 안전 관리자를 작업인원에서 제외해 명확히 구분지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원청에게 책임과 의무를 부과해야

문제를 용역업체에게만 떠넘기는 원청의 잘못된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노동건강연대는 최근 서울시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노동건강연대는 선진국과 한국의 상황을 비교하며 문제를 지적했다.

영국의 산업안전보건청은 원청과 용역업체 사업주가 해야 할 일을 작업에 대한 위험성 평가 실시와 정보·지도·훈련 제공, 노동자들과의 협의, 관리 및 감독 등을 명시하고 있다.

또 영국의 산업안전보건청은 원청에서 안전보건 실적을 모니터링 해야 하며 만약 안전보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시 관련 요건을 충족시킬 때까지 용역업체의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작업 관련 사고나 위험 상황에 대해서는 노동자들과 공유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원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에 비하면 원청의 책임이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 29조에는 작업장의 안전보건관리와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에 대한 지원을 하도록 돼 있지만 이는 용역업체에 국한된다.

원청의 역할은 없다. 또 산업재해 시 이는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 원청이 아닌 용역 업체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사고 발생 시 원청은 빠진 채 용역업체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돼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논리에 맞춰 용역 업체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로 근로 조건을 축소시켜 나가고 있는 가운데 원청은 뒤로 물러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형국이다.

위에서 밝힌 선진국과 한국의 산업재해 발생률을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단번에 파악된다.

노동건강연대 강문대 변호사는 "원청에게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필기자 ljp8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