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풍토 바꾼 SNS의 힘 … 인천 정치인 활용도는
   
▲ 10·26 재보궐선거를 계기로'트위터'가 여론의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들이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보낸 메시지. /트위터 캡처


이번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화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였다.

시민들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올린 글을 남에게 알리고 의견을 내놓으면서 '트위터'를 가장 중요한 선거운동 수단으로 부각시켰다.

선거 기간동안 1억여 건에 달하는 트윗이 올라왔고, 박 시장과 나 후보가 올린 트윗은 지난달에만 각각 8만715번, 3만741번 인용됐다. 트위터는 선거 판도를 뒤흔드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에도 트위터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천일보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1~31일 인천지역 국회의원 12명과 한나라·민주당 당협·지역위원장 11명, 군수·구청장 10명, 송영길 인천시장 외 2명 등 지역 정치인 36명의 트위터를 분석했다.

또 이번 10·26 재보선의 주역이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나경원 전 후보, 박근혜·정동영·유시민·이정희 등 유명 정치인 6명의 트위터를 비교 대상으로 선정했다.


▲조전혁 의원·송영길 시장 영향력 '으뜸'

시민들은 지역 정치인 가운데 조전혁 한나라당 국회의원(@jhcho100)과 송영길 인천시장(@Bulloger)의 트윗을 가장 많이 인용(리트윗)했다. 조 의원과 송 시장이 올린 트윗은 지난달 각각 743번, 423번씩 인용되면서 다른 트위터에 퍼졌다.

조 의원의 트위터는 비교적 작았지만 영향력은 가장 컸다. 조 의원의 트위터을 따르는 사람(팔로워) 수는 3천903명. 반면 송 시장의 팔로워 수는 7만2천834명에 달한다.

조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 10·26 재보선 기간동안 박원순 서울시장의 학력·병역 의혹을 제기하거나 당에 쓴소리를 하는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시민들은 조 의원의 트윗에 적극 공감하며 글을 퍼뜨렸다. 지난달 조 의원이 작성한 트윗은 31건. 단순 계산으로도 1건당 23번 이상 인용된 것이다.

송 시장은 트위터에 주로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과 야구팀 SK를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시민들은 지난달 송 시장이 올린 트윗 19건을 423번 인용하며 인천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송 시장은 가장 많은 메시지(멘션)을 받은 지역 정치인 중 하나였다. 송 시장이 지난달 받은 메시지는 456건에 달했고, 조 의원과 윤상현(@sanghyun_yoon)·황우여(@hwangwygrace)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215건, 204건, 124건으로 뒤를 이었다.

시민들은 송 시장에게 "삼화고속 파업으로 중단된 1601번 버스가 아니면 서울에서 밤 늦게 집으로 갈 방법이 없어요. 노선을 다른 회사에 분배할 예정인가요?(@AlvisJiyong)", "FTA와 송도영리병원에 찬성하면 지지받지 못할 겁니다.(@ezskys)" 등 지역현안에 대한 질문을 보냈다.

반면 "월미도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월미공원은 정말 예쁘고 깨끗해서 관광객 얼굴에서 웃음이 멈추질 않아요.(@kilsup83)" 같은 격려 메시지도 있었다.

송 시장의 뒤를 이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격려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철회해 달라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군수·구청장 중에서는 홍미영(@myhong0910) 부평구청장이 트위터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6천443명의 팔로워를 가진 홍 구청장은 지난달 14건의 트윗을 올렸다.

박우섭(@ceonamgu1) 남구청장은 지난 8월 "트위터 사용법을 가르쳐달라"는 글을 올려 '트위터 초보'임을 드러냈다.


▲한나라당·민주당, 트위터에서 '엎치락뒤치락'

한나라당 이윤성(@yoonsunglove)·홍일표(@HongIP)·이학재(@hjv6465) 의원과 민주당 송영길 시장·김교흥(@kimkyoheung) 지역위원장·홍미영 부평구청장 등 각 당 정치인 상위 3명의 팔로워 수는 각각 4만5천520명, 9만5천753명으로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트위터에서의 '몸집'은 민주당이 더 큰 셈이다.

반면 지난달 각 당 정치인 상위 3명이 올린 트윗 수는 한나라당 157건, 민주당 63건으로 활용 수준은 한나라당이 더 높았다. 특히 송 시장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트위터를 많이 활용했던 것에 비해 트윗 수가 크게 줄었다.

양 당 모두 독보적으로 트위터를 활용하는 정치인이 한 명씩 있었다.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은 지난달 129건의 트윗을 올렸고, 70건에 달하는 메시지를 남에게 보냈다. 이 의원은 시민들이 묻는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는 '성의'를 보였다. 지역 정치인 가운데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소통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서준석(@sirjuneshock) 남구 을 위원장도 만만치 않았다. 서 위원장은 트윗 123건에 메시지 69건으로 이 의원에 필적하는 활동을 보였다.

이 의원은 팔로워 수 2만3천348명의 '대형'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는 반면 서 위원장은 152명의 '소형'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 위원장은 작은 트위터를 운영하면서도 FTA 반대 의견과 10·26 남구 시의원 선거에 대한 생각을 올렸다.

서 위원장은 "올해 초 트위터를 만들어서 규모가 작다"며 "일상 생활에서 느낀 점과 주장하는 바를 자주 올리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인 트위터 활용 '낙제점'

지역 정치인의 트위터 활용 수준은 유명 정치인과 비교하면 부족한 편이다.

한나라당 박근혜·민주당 정동영·국민참여당 유시민·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팔로워 수는 각각 5만9천여 명에서 26만6천여 명까지 모두 합해 55만83명. 반면 지역 정치인 36명의 팔로워 수는 15만9천312명에 불과하다.

지역 정치인들은 시민들이 보낸 메시지 1천100여 건 중 170건에만 답했다. 특히 송 시장은 456건 중 7건에만 답해 '소통'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송 시장의 한 비서관은 "송 시장이 트위터를 솔직하게 사용하다보니 의도하지 않은 반응이 나와 트위터 사용을 줄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복지관이나 지역 축제 방문 등 홍보성 트윗을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트위터에 '강한' 정치인들이 보이는 '솔직함'에 비해 트위터 활용도가 낮은 셈이다.

한 국회의원 비서관은 "트위터 활용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마땅한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다양한 연구가 필요할 듯 싶다"고 말했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