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인천시장, 전년성 서구청장 그들이 매립지로 간 까닭은
   
▲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난 5일 청라국제도시의 한 식당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 참석해 민원해결을 약속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청


최근 세계 최대 쓰레기 매립장에 대한 악취 문제가 인천 최대 환경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수도권매립지 인근에 자리한 청라국제금융도시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입주민들의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송영길 인천시장과 전년성 서구청장이 청라국제금융도시에 아파트를 구해 생활하는 등 악취 체험에 나서고 있다. 송 시장과 전 구청장은 임시숙소에서 주민들과 직접 생활하며 매일 밤 악취를 맡으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 2일 계양구에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최근 청라 지역을 중심으로 빗발치고 있는 수도권 매립지 악취 문제를 직접 느껴보고 해결하기 위해서다. 졸지에 가족과 떨어져 '이산가족' 신세가 된 송 시장은 "그래도 바빠서 심심할 틈이 없다"며 웃었다.

송 시장은 이사를 시작으로 매립지 민원 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회에 매립지를 둘러싼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심산이다. 매립지로 인한 환경 피해는 인천이 모두 받고 있으면서도 정작 매립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불공정 계약'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매립지 소유권(매립면허권)은 지난 1989년 조성 단계부터 서울시가 71.1%, 환경부가 28.9%씩 나눠가지고 있다. 지분 없는 인천시는 매립지 운영에 간섭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민원이 빗발치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히 서울시가 최근 2016년까지로 정해진 매립 기한을 2044년으로 늘리자고 주장하면서 매립지 주변 민심은 '부글부글' 끓는 상황이다.

지난 5일 오후 6시30분. 송 시장은 서운체육공원에서 열린 계양구 구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청라국제도시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 주민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청라지역 민심을 듣겠다는 생각에서다.

"청라에서 살면서 목욕탕이나 슈퍼마켓에서 주민과 만나 불편한 점을 하나씩 점검하겠습니다. 오늘 청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 공무원을 모두 불러왔으니 소주 한 잔 하시면서 마음껏 말씀하시지요."

송 시장의 말이 끝나자 청라국제도시 연합회 김경봉 회장을 비롯한 주민 16명은 식사가 나오기 전부터 울분을 쏟아냈다.

"인천시가 직접 오는 2016년 매립지 매립 종료를 선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제금융도시라는 청라 지역의 기본 방향이 실종됐다고 봅니다.",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서로 민원을 떠넘기고 있어요."

넘치는 민원에 송 시장을 비롯한 홍영표 국회의원, 전년성 서구청장, 관계 공무원 등 40여 명은 2시간동안 '진땀'을 뺐다. 간담회를 마친 후 송 시장은 차에 오르며 "역시 직접 와봐야 알 수 있다"며 "청라에서 누워서 자고, 밥 먹고, 화장실을 다녀봐야 애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오후 9시부터 1시간동안 서구 신현동 원신근린공원에서 테니스를 친 뒤 오후 10시 청라에 마련한 아파트로 퇴근했다. 송 시장은 거실에 세워진 자전거를 가리키며 "이걸 타고 주변을 돌아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 시장은 마지막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매립지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의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2개월간 매립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
 

   
▲ 전년성 인천 서구청장은 최근 청라국제도시 내 한 아파트 20층에 임시숙소를 마련하고 수도권매립지 악취를 체험하고 있다. 전 청장은 9월 중순부터 숙소로 돌아가기 전 매립지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서구청



●전년성 서구청장

지난 5일 오후 10시쯤 입주가 한창인 청라국제금융도시의 한 아파트 20층. 전년성 서구청장과 서구 공무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 청장은 한참 동안 창 밖을 보며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고 있다. 세계 최대 쓰레기 매립장에서 날아오는 악취를 맡고 악취 고통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다.

전 청장은 최근 악취를 직접 체험하고 현장에서 구 공무원들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이날 공무원들과 간단한 간담회를 갖고 수도권매립지 쓰레기 문제에 적극 임해줄 것을 요구했다.

전 청장은 숙소에 돌아가기 전 이날도 수도권매립지 현장을 방문했다. 오후 9시쯤 전 청장 일행은 현재 쓰레기를 매립 중인 제2매립장과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고체연료화 건물 등을 돌며 조목조목 악취 대책을 요구했다. 전 청장은 이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를 만나 쓰레기 매리장의 악취방지 에어돔 설치를 협의했다. 또 최근 건립된 고체연료화 건물이 주민들이 이용하는 해안도로와 너무 가깝게 지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전 청장은 쓰레기 매립지 내 모든 시설의 밀폐화와 녹지대를 활용한 차단녹지대 조성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를 만나 요구했다. 전 청장의 이같은 악취 직접 체험은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됐다.

전 청장은 "주민들과 직접 생활하며 쓰레기 악취 고통을 느껴야 정확한 대책 마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시 숙소를 마련했다"며 "주민들도 현장에 나와 있는 공무원들을 보며 조금은 안심을 하고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청장이 이렇게 야간에 청라아파트 주변과 쓰레기 매립지를 확인하는 것은 악취의 특성 때문이다. 악취는 낮에는 바람을 타고 바다로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기온이 떨어지고 바다의 바람 방향이 육지로 변하면 주민들의 악취 고통은 두 배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전 청장은 알고 있다. 또 쓰레기 매립가스가 밤에 더 많이 흘러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에 전 청장은 낮에 모든 구정 업무를 마치고 오후 10시까지 쓰레기 매립지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청라아파트에 임시 숙소를 마련한 이유는 또 있다. 쓰레기 반입 차량 운행이 시작되는 새벽 시간대에도 악취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오전 7시부터 쓰레기 반입 차량이 수도권매립지로 들어와 매립 작업이 이뤄지면 다시 악취는 심해지기 때문이다.

전 청장은 "쓰레기 매립되는 아침 시간이 다른 시간대보다 악취가 심한 편"이라며 "이 시간대에 다시 매립지를 찾아 매립 현장을 보고 관계자들에게 악취 저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청장은 또 "이제 수도권매립지 순환 매립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며 "서구민들은 지난 20년 동안 쓰레기 매립장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본 만큼 매립 종료 2016년에 맞춰 매립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형래기자 trueye@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