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상동 나현지 씨(40)


 

   
 

결혼 전에도 그랬지만 결혼 후 명절은 저에게 거부할 수 없는 시련이었습니다.
시댁에 가기 싫어 지하철역에서 한참동안 고민하곤 했죠. 지금도 추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쾡한 지하철 소음과 며칠을 고생하던 소화불량입니다. 그런 저에게 추석이 새롭게 다가온 건 임신한 후 입니다. 제 몸에 아기가 있다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저에겐 기적같은 사실을 받아들인 다음에 맞은 추석은 이전 명절과는 다른 추억입니다. 온가족의 축복을 받을 생각에 한걸음에 시댁과 친정을 오가고 싶었죠. 하지만 유산으로 그 꿈마저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제 곧 추석입니다.
날씨가 흐려 보름달은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구름 뒤에 숨었지만 언제나 세상을 밝히는 달님께 기원합니다. 예쁜 딸 아이를 갖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