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개발 논란 6년 인천시 손 놨나
   
▲ 덕적도 정상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굴업도, 선갑도 등 덕적군도 전경. 인천일보, 인천녹색연합, 인천의제21 등'인천연안탐사팀'은 지난해 덕적군도를 탐사했다.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의 골프장 개발 논란이 6년째를 넘고 있다.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덕적군도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굴업도. 그 굴업도가 골프장 개발 계획으로 15여 년 전 핵폐기장 건설 이후 또 한 번의 수난을 겪고 있다.
처음에 반대를 외쳤던 굴업도 주민들도 점점 지쳐 개발 찬성쪽으로 기울고 있다. 징글징글한 찬반 싸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것이다. 찬반 논란 싸움의 피로감으로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그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상처가 되고, 그 상처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곪아가고 있다.
인천 환경단체는 골프장 개발 계획이 발표되자 반대 운동을 진행하는 동시에 해상공원 지정 제안 등 대안 만들기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민간연구단체인 홍익경제연구소가 굴업도 골프장 개발이 가능하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해법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개발 주체인 C&I는 모습을 감추고 관광단지 지정권자인 인천시는 뒤로 빠진 채 눈치만 보고 있다. 개발 주체와 행정기관은 손을 놓고 대신,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는 민간연구소가 개발 여론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굴업도 등 덕적군도의 체계적인 관리 책임자인 인천시가 수수방관하고 있어 이해당사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굴업도 문제 인천시가 나서야…

6년째 지속되고 있는 굴업도 골프장 건설 논란 문제에 대해 인천시의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다.
시가 지난 15년 동안 덕적군도를 비롯한 인천 도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부 제안, 자체 연구 결과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시는 1997년 "인천연안도서보전방안'에서 굴업도 일대 유·무인도를 해상국(시)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예산 부족과 옹진군 등 관계기관 협의 실패로 유명무실 해졌다.
또 국토해양부가 지난 2000년 '연안통합관리계획'을 통해 제안한 굴업도 해변 모래톱 생태경관보전 지역 지정 계획도 자료실에서 먼지를 먹고 있다. 특히 시는 6억원을 들여 지난 2007년 발표한 '인천연안도서보전관리계획'안도 무시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먹구렁이, 매, 검은머리물떼새, 황조롱이, 이팝나무 군락, 찰피나무군락 등 생태적 가치와 굴업도 내 토끼섬 염풍화 지형, 연평산 해식지형·염풍화 아치 지역 등 경관적 가치를 조명했다. 하지만 시는 보전관리계획이 나올 때마다 예산·인원 부족, 주민 의견 수렴, 행정기관 설득 실패 등의 이유로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민주노동당, 시민사회 등 범야권 후보로 당선된 송영길 현 시장은 계양산 골프장 건설 논란, 굴업도 개발 논란 등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인천 시민 사회도 그에 보답하듯 송영길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송영길 시장은 계양산 골프장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 시키는 등 지지층에게 분명한 해답을 내놓았다. 반면 굴업도 개발 사업에만은 확고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찬반이 엇갈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대기업이 투자할 경우 손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송영길 시장의 애매한 태도에 인천시민 사회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가 명확한 관리계획안을 발표하지 않을 경우 소모적인 논란과 지역 사회의 갈등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시 조직에는 연안도서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있는 부서가 전무하다"며 "과거 해양환경팀이 환경녹지국 물관리과에 있었다가 다시 경제통상국 수산과로 옮겨지는 등 인원도 조직도 왔다갔다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범 굴업도 지키기 운동 나선다

그 동안 굴업도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은 인천지역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환경단체들은 굴업도 골프장 건설 사업에 '굴업도를지키는시민단체연석회의'를 만들어 대응해 왔다. 이 연석회의에는 가톨릭환경연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김포불교환경연대, 문화연대, 불교환경연대, 생명의숲, 생태보전시민모임, 우이령보존회, 인천녹색연합, 인천녹색회, 인천환경운동연합,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등이 참여하고 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생태학적 측면만을 부각시켜 반대 운동을 벌여온 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굴업도를사랑하는문화예술인모임, 한국작가회의, 인천작가회의 등 문화계도 굴업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결합할 계획이다.
인천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굴업도를사랑하는문화예술인모임은 7일 연석회의 단체들과 만나 향후 대응 방안에 논의할 방침이다. 또 인천지역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9월24~25일 굴업도 현지를 방문해 굴업도 문제를 알리는데 적극 나설 계획이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그 동안 굴업도 문제를 환경단체가 이끌어 왔다면 앞으로는 범 문화, 예술계, 학계 등과 함께 조직을 확대, 개편할 예정"이라며 "아마 9월부터는 가시적인 범 단체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글·사진=노형래기자 trueye@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