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 30% 거품·자연건조 잔'고유의 맛'살려입안의 질감·목넘김 놓치지 말고 음미해야
   
▲ 무더운 여름에 가장 인기 있는 술은 뭐니뭐니 해도'맥주'다. 인천시내 수입생맥주 전문점'비어스업'을 찾은 시민들이 다양한 맥주를 즐기고 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맥주에 거품이 있는 이유는요, 술이 공기랑 닿아서 산화되는 걸 막아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사랑도 이런 맥주와 같습니다. 연인 사이에서도 굳이 걷어낼 필요가 없는 건 그냥 덮어두세요. 술이 닿기 전에, 먼저 입술을 보드랍게 적셔주는 맥주 거품처럼, 그것은 둘 사이를 더욱 보드랍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사랑이 산화되는 걸 막아주기도 하니까요."
-SBS TV 프로그램 '야심만만' 중-


'맥주의 꽃'은 거품

 

   
▲ 케이준샐러드

후텁지근한 여름이 왔다. 에어컨 바람조차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생맥주 한 잔은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준다. 시원하고 상쾌한 맥주의 참 맛을 찾아보자.

사람들은 흔히 맥주를 따를 때 거품 없이 잔에 가득 채우는 것을 잘 따른 맥주라 생각한다. 하지만 거품 없이 따른 맥주, 과연 맛이 있을까? 거품 없는 맥주는 앙금없는 찐빵이요, 물 마른 오아시스다.

맥주의 거품은 공기와 맥주 사이에 막을 형성해 맥주의 산화를 막고 이산화탄소의 유출을 차단해 홉의 향과 쓴맛을 조절해 주는 지붕과도 같은 구실을 해준다.

맥주의 거품은 너무 적어서 너무 많아도 안 된다. 일반적으로 따랐을 때 컵의 20~30% 정도가 맛있게 따른 시원한 한 잔의 맥주다.

맥주의 거품을 '맥주의 꽃'이라고도 하는데 탄산이 마시는 동안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고 맥주 고유의 풍미를 유지시켜 주는 작용도 하기에 맥주를 따를 때 거품이 잘 나게 해야 한다.

양파를 까면 깔수록 눈이 매운 것은 양파의 보호 본능 때문이고, 숲속의 나무가 높이 솓아 오른 것도 다른 나무보다 햇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한 생존경쟁 때문이라면 맥주의 거품은 맥주 맛을 지키는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탄산이 날아가 버린 김 빠진 맥주를 맛있는 맥주라 부를 수 있을까?

맥주를 잘 따라 마시는 건 거품 없이 가득 채운 맥주잔이 아니라 적당한 거품이 함께 어울러진 한 잔이 진짜 맛있는 맥주다.
 

   
▲ 독일수제소시지



눈으로 먼저 마신다

맛있는 맥주, 입으로만 마시나?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의 시작. 그 첫 번째는 바로 눈이다. 풍성한 거품과 함께 맥주잔에 담긴 맥주의 빛깔이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 입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눈으로 즐긴다.

맥주의 투명한 황금빛은 중요하지만 모든 맥주가 투명한 황금빛을 띠는 건 아니다.

밝은 호박색, 진한 루비색 등 맥주는 그 유형마다 특유의 빛깔을 갖고 있다. 그래서 좋은 맥주, 맛있는 맥주는 식욕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고유색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일 흑맥주 기네스는 전용잔에 따랐을 때 단숨에 마시면 안 된다. 색이 검게 변하는 모습을 눈으로 1분 가량 즐겨야 제 색깔도 나고 제 맛도 난다.

 

   
▲ 함박스테이크


제대로 즐기는 법

청년층들, 맥주를 들고 병째 마시는 것이 한때 유행했다. 편리도 하고 멋도 있지만 시각적 즐거움을 빼앗고, 침이 맥주에 섞여 들어간 고유의 맛이 변질된 채로 마시게 돼 맥주의 참맛을 잃게 된다.

또 좁은 병 입구는 맥주의 고유한 향을 맡는 것을 방해한다.

맥주를 잔에 따라 마시면 코가 잔의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이는 코에서 맥주 고유의 향을 감지해 맥주의 맛을 더욱 높여 준다.

우리가 맛 봤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은 실제론 후각의 강력한 연산 작용을 통해 경험되는 것이다.

맥주 맛을 본다는 것은 결국엔 이 맥주가 얼마나 단맛이 있는지 쌉싸름한 맛이 있는지를 맛보는 것이다. 또 이런 각각의 맛이 어떻게 조화롭게 녹아 있는지 맛보는 것이다.

혀에서 느끼는, 입안에서 느끼는 질감 역시 중요하다. 톡 쏘는 느낌, 입 안 가득 차는 느낌 또는 가벼운 느낌 등을 각기 다른 유형의 맥주로부터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목 넘김을 빼놓을 수 없다.

부드럽게 넘어가는지, 강력한 청량감이 밀려오는지, 불필요한 쓴맛을 제거한 깔끔한 뒷맛인지 그리고 오랫동안 입 안에 남는지도 맛볼 때 놓쳐선 안 된다.

맥주를 마실 땐 위스키나 소주처럼 홀짝 마셔선 맥주의 맛을 음미할 수 없다. 거품이 잘 따라진 맥주잔을 들고 윗입술로 거품을 밀어내듯 입안 가득 한 모금 넘기면 눈, 코, 입, 목 넘김까지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이 가득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 가장 인기 있는 술은 뭐니뭐니 해도 '맥주'다.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지고 야외활동이 잦아지면 톡 쏘는 청량감과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맥주를 찾는 이가 늘어난다.

삼삼오오 모여 생맥주를 찾아 맥주집으로 향한다. 바야흐로 여름은 시원한 생맥주의 계절이라 해도 무방하다.

우리가 마시는 맥주는 애초에 모두 생맥주이다. 한국의 전통주인 막걸리처럼 담근 뒤 바로 마시는 술이었다.

생맥주를 마실 때 대다수 사람들은 맥주의 시원함을 더해 주기 위해 냉장 보관된 맥주잔에 가득 담아 달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맥주 본연의 맛을 해칠 뿐 아니라 맥주의 성분 중 단백질이 응고돼 맥주가 뿌옇게 되거나 하얀 덩어리가 생기는 혼탁이 일어나기 쉽상이다.

맥주는 온도 변화에 민감해 급격한 온도 변화에 오히려 제 맛을 잃어 버린다.

생맥주를 맛있게 즐기려면 상온에서 자연 건조시킨 맥주잔을 사용하는 게 좋다.

냉장 보관된 맥주잔보다 상온에서 자연 건조시킨 맥주잔에 적당한 거품까지 더해져야 맥주 본연의 맛과 향까지 즐길 수 있다.

입맛따라 찾는 수입맥주

한국의 경제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대외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수입 맥주도 급속히 늘고 있다.

국내 맥주가 몇 개 회사에서 비슷비슷한 맥주를 생산하면서 천편일률적인 맛에 질린 고객들이 맥주회사 고유의 맛이 살아 있는 수입 맥주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 점유율이 30% 가까이 이르면서 현지에서 맛 본 생맥주 맛을 잊지 못한 이들을 위한 수입 생맥주 전문점들이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김칭우기자 chingw@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