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캠프마켓 오염조사 지역불안 잠재울까


면적 60만6천615㎡, 초·중·고등학교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인천시 산곡동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은 지금 온갖 의혹과 논란으로 뒤덮여 있다. 지난 2008~2009년 캠프마켓 주변지역 1, 2차 환경오염조사 결과 발암물질이 나온데 이어 앞서 지난 1989년 독성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을 처리했다는 미 공병단 용역보고서까지 최근 공개됐기 때문이다. 칠곡 캠프캐럴, 부천 캠프머서에 고엽제 등 오염물질 매립 의혹이 불거지자 캠프마켓 인근 주민들의 공포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양상이다. 캠프마켓 환경오염의 진실을 밝히라는 지역 사회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구는 지난 3~4일 캠프마켓 주변 지역 9곳에서 환경오염 조사를 실시했다.


 

   
▲ 지난 3일 독성물질 폐기 의혹이 제기된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부영공원에서 부평미군부대 캠프마켓 주변지역 특별환경조사를 위해 시 관계자들이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윤상순기자 youn@itimes.co.kr

▲캠프마켓 주변 시료 채취…실효성은 '글쎄'

인천시와 부평구는 지난 3~4일 캠프마켓 주변 지역 9곳에서 토양·지하수 오염도 조사 절차를 밟았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 환경관리공단과 함께 지하수 3곳, 토양 6곳에서 시료를 채취, 고엽제 주 성분인 다이옥신과 폴리염화비페닐(PCBs), 기타 유류오염 항목 검출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조사 지역은 1, 2차 환경오염 조사 당시 유류성분이 많이 나온 토양 6곳과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이 검출된 지하수 3곳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물질을 밝힐 체계적 조사 여부가 결정날 전망이다.
하지만 시료를 채취한 곳이 대표성 없고 국방부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를 배제한 채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자 반쪽짜리 조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녹색연합 자문위원 한광용(환경분석 전공) 박사는 "제대로 된 조사를 하려면 소수 지역에서 위험물질이 있나 없나만 따질 게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을 3차원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사가 민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빠진 상태로 이뤄지자 부평미군기지 맹독성 폐기물 진상조사 인천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일방적인 환경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유독물질 매몰 의혹이 있는 칠곡 캠프캐럴과 부천 캠프머서 현장조사만 시작해 부평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오염물질 검출이 아주 적거나 없다면 한·미 합동 조사에서 부평은 또 다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가 중요한만큼 지역주민들의 눈과 귀는 이번 조사와 다음달 초 공개될 오염물질 검출 결과에 쏠려 있다.


 

   
 

▲대책위 "SOFA 개정 필요"

시민대책위는 이날 조사만으로는 근본적 오염 여부를 밝히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민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객관성을 높이고 무엇보다 캠프마켓 내부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게 근거다.
시민대책위는 3일 성명을 통해 "시민들의 우려를 완전히 없애려면 반환예정지 주변 지역 환경 조사도 중요하지만 캠프마켓 내부 조사를 요구, 실시하는 것이 훨씬 시급하다"고 말했다.
오염원인지로 추정되는 캠프마켓 안을 조사하지 않으면 주변 지역 오염 사실을 확인해도 환경 보상·복구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내부 조사를 하려면 '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SOFA)'에 따라 미군 측과의 협의를 마쳐야 하는 게 걸림돌이다.
이에 정계·시민단체 등은 SOFA 환경조항이 불평등하다면서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부평 주민들이 오랜 시간 뜻 모아 미군에게 요구한 결과 캠프마켓을 되찾아오게 됐지만 잘못하면 환경복구비용을 모두 한국이 책임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지자체는 시민대책위와 함께 힘 모아 정부·미군에 불평등한 SOFA 환경오염 조항을 개정하고 민·관 합동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3차 오염조사(6월3~4일) 위치도

▲잊혀진 주민 건강

일각에서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부평 캠프마켓 주변 아파트단지와 청소년들의 건강 문제가 뒷전으로 밀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캠프마켓 주변에는 초·중·고등학교 10여곳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아파트와 주거지로 둘러쌓였다. 만약 환경오염으로 인해 오랜 시간 토양·지하수·대기 중에서 오염물질이 나왔다면 이곳 주민들의 피해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폴리염화비페닐과 다이옥신은 간 등 인체 기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기형아 출산, 면역체계 붕괴, 암 등을 유발하는 맹독성 물질인 탓이다.
주민들이 크고 작은 건강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밝히려면 지역·동네별로 병을 앓은 사람들의 질병 종류와 투병기간, 거주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석면 등 대부분 환경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입 모아 주장하는 장기적 건강관리체계다.
하지만 지자체장은 물론 구 보건소에서 조사하는 건강 통계는 일반적 수준에 그친다. 구 보건소는 매년 한 번씩 지역사회 건강통계를 취합하지만 흡연·음주 등 건강행태통계와 당뇨·고지혈증같은 만성질환 정도만 조사하는 실정이다.
한광용 박사는 "사실 SOFA 등 정치적인 문제 따지는 것보다 훨씬 시급한 게 인근 주민들의 건강"이라며 "환경오염 전제 아래 오랜 시간 살았던 주민들은 미미하게나마 다른 지역보다 오염물질 감염 정도가 클 것"이라 말했다.
이어 "꾸준히 적은 농도로 영향을 받은 주민들은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의 질병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알아보려면 캠프마켓 주변 지역 주민들이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 오랜 시간에 걸친 건강 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예은기자 yum@itimes.co.kr


● 주요 조사물질

-다이옥신: 색과 냄새가 없는 결정체로 물에 녹지 않는다. 고엽제 주 성분으로 피부질환과 면역력 감소, 기형아 출산과 암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
-폴리염화비페닐(PCBs): 무색 액체나 흰 분말 형태로 절연유나 도료 등으로 사용한다. 간과 면역·신경에 독성이 있고 내분비계를 교란시킨다.
-석유계총탄화수소(TPH), 트리클로로에틸렌(TCE): 유류폐기물에 의한 오염물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