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소설'고향 하늘아래 노란꽃'中 근현대사·인간군상 해학적 풀이


 

   
 

- 류전윈을 아는가

반갑다. 모두 안녕하신가? 기자가 어쭙잖게 쓰다가 중단한 '책과 사람'을 2년 6개월만에 다시 이어가게 되었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을 공백기 동안 기자는 실로 다종다양한 인간들의 속살을 맛보았다. 맛이 어땠냐고? 그게 뭐 중요하단 말인가. 어쨌든 자, 기대하시라.

류전윈을 아는가? 물론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몇해전에 그는 인천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난 그를 못만나 봤다. 워낙 캠핑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천막을 치고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 이 사람 중국 사람이다. 서두가 길었다. 이제 헛소리 집어치우고 서평 올린다.

'고향 하늘아래 노란꽃'이라는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중국현대소설가 중 가장 잘나가는 류전윈의 첫 장편소설이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한 조그마한 시골 마을을 무대로 봉건지주시대의 중국과 국공합작 및 일제침공기, 공산혁명기, 문화혁명기 등의 시대에 걸쳐 벌어지는 배꼽빠지게 웃기고, 슬프고, 야하고, 액션이 난무하는 이야기들이다. 한마디로 무식했던 중국의 근현대사를 시골의 한마을로 응축시켜놓고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군들로 거대 중국사와 거대 인간군상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시기별로 4부로 나뉜 이 소설의 주인공을 일일이 설명하긴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주인공이 한둘이면 설명하겠는데 파트별로 다르니 귀찮지않겠는가? 그래서 생략한다.

일단 이 소설 무지 웃기다. '개콘'은 상대도 안된다. 우리 소설과 굳이 비교하면 '태백산맥', '토지' 등과 같은 대하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류전윈은 그처럼 방대하게 쓰지않고 단 한권짜리로 압축해서 중국근현대사를 관통한다. 기자는 이 점이 특히 맘에 든다. '소녀시대'가 열권 분량의 노래를 불렀다고 치자, 누가 노래를 듣겠는가?

스포일러 근성을 발휘해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비적과 국민당 군벌, 공산당 군대, 일본 군대들의 전투씬과 노략질 등이 스케일 있게 펼쳐지고 복수와 복수를 낳는 흥미진진한 복수극이 진수다. 또한 무지렁이 공산당들이 지주집안 여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들은 불온한 상상에 찌들어 있는 성인 독자들의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할 것이다. 게으른 기자도 하루만에 다 읽었다. 평점 별 다섯개를 준다. 책값은 아깝지 않으니 도서관에서 빌려보지 말고 꼭 서점에 가서 구입해 보길 부탁한다.

다음주 '책과 사람'에서도 류전윈의 또 다른 소설 한 권을 소개하련다. 물론 기자의 개인적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도 있다. 이 책을 발간한 출판사는 굳이 밝히지 않겠다. 출판사와 짝짜꿍이 된, 즉 광고와 연결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즐겁게 독서하시길.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