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문화인들, 왜 인천 굴업도를 주목했나
   
▲ 서해안의'보물섬'굴업도가 또 다시 개발광풍에 휩싸였다. 희귀종인 먹구렁이와 매 등이 살고 있는 굴업도는 해식지형이 지형학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각계 문화예술인들이 굴업도를 개발에서 문화예술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꿈을 꾸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시스


굴업도는 인천시 옹진군 덕적군도의 작은 섬이다. 주민은 10가구 남짓. 씨제이(CJ)가 전체 섬 넓이 중 98.5%를 갖고 있다. 희귀동식물과 천혜의 자연을 품은 이 섬을 관광단지화해 골프장을 조성하겠다는 대기업의 개발계획에 맞서 문화예술인들이 뭉쳤다. 각계 문화예술인 240여명은 지난 12일 서울시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가칭)'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 출범식을 갖고 건축가 김원 씨를 임시 의장 겸 공동 대표로 선출하고 굴업도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관련인터뷰 13면>
굴업도는 오랜 시간동안 개발의 칼날이 비켜 간 곳이기에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먹구렁이와 매 등이 서식한다. 특히 해식지형은 지형학의 교과서라 불릴만큼 장관을 이룬다. 지난해 굴업도를 다녀온 채호기 시인도 '개머리초원'이라는 시를 지어 이 곳을 칭송했다.
자연환경의 가치가 남 다른 만큼 문화예술인들은 이 곳을 지키고자 '문화예술'이라는 새 대안을 가져왔다.
김원 의장은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조형미술품을 전시하고 자연 속에서 살풀이춤과 현대무용을 공연하고 싶다"며 "시시때때로 예술제를 열어 국제적인 행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한번 설치해두고 변하지 않는 설치미술이 아니라 언제든 철거하고 새 작품을 둘 수 있는 유동적인 예술의 섬을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지난 12일 서울시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각계 예술인들이'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출범식을 갖고 있다. /유예은기자 yum@itimes.co.kr

이날 굴업도의 가능성을 점치고자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일본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자연과 문화예술의 조화로 지역개발을 이룬 예다. 일본에서 골프장과 위락시설 위주 개발이 자금회수가 잘 안된다는 비판이 일자 나오시마는 새로운 개발보다 전통 보존하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남이섬 역시 쓰레기를 예술작품으로 승화해 동화의 섬으로 유명 관광지가 된 경우다.
최중기 인하대 해양학과 교수는 "나오시마·남이섬보다 굴업도의 자연적 가치가 더 높은 만큼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 본다"고 했다. 굴업도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만들고자 이들은 100만명 서명운동을 준비 중이다.
김원 의장은 "주민들이 씨제이에 팔지 않은 땅 1.5%를 공동소유로 내놨는데 100만명이 1만원씩 걷어 섬에 자그마한 '자기 땅'을 갖도록 하려 한다"며 "오는 6월 두 차례 방문 계획을 세웠으니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함께 가서 굴업도를 보고 오자"고 말했다.
굴업도는 1995년 핵폐기장 후보지로 지정돼 세계적인 눈길을 끌었다.
당시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이 핵폐기장 건설에 반기를 들며 굴업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알렸고 이때부터 사람들은 굴업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1년만에 핵폐기장 건설 논쟁은 수그러들었고 수년 전부터는 관광객이 늘어 민박이 다소 활성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굴업도는 지난 2006년 씨제이가 공격적으로 이 섬을 사들이면서 또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씨제이는 오션파크 리조트 사업 추진하고 있다. 골프장과 콘도·호텔, 수영장, 상업시설을 갖춘 대규모 관광지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수익을 내겠다는 목적이다.
지난해 당선한 송영길 인천시장이 환경단체들과 굴업도를 지속가능한 생태 섬으로 꾸미자는 정책을 공유하자 씨제이는 계획을 철회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준비사업 추진보고회에서 굴업도 및 인근 주민들의 개발청원과 관광객 유치 등을 들어 개발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는 6월까지 지역주민·전문가·학계 등의 여론을 들은 뒤 올 연말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굴업도를 관광단지로 지정 고시하고 내년 3월 공사에 들어가 2014년 준공하겠다는 입장도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칭우·유예은기자 chingw@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