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풍습도·사회적 갈등 조명국내 다문화 정책 폐쇄성 지적도


 

   
▲ 플랫폼 27=인천문화재단

결혼은 축복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결혼이 더 이상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의 관점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됐다. 갈수록 저조해지는 혼인율과 날로 높아가는 이혼율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단면을 날카롭게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27호'(인천문화재단·107쪽)는 특집 '오늘날 아시아의 결혼문화는 안녕한가'를 통해 결혼이 우리 현실 속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 지 살펴본다.

김효진(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HK연구교수)은 일본의 결혼문화를 짚어본다. 콘카츠(婚活)란 결혼활동(結婚活動)의 준말로 결혼을 하기 위한 일체의 활동을 의미한다.

콘카츠는 1990년대 이후 현저해진 일본사회의 만혼화와 저출산, 혼인율 저하 등의 사회적 문제를 배경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의 근본에는 최근 악화된 경제적 불황과 더불어 일본사회 내 뿌리 깊게 남아있는 가부장적 결혼관이라는 이중적인 원인이 있다.

필자는 이로부터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이라는 화두와 저출산으로 인한 혈통의 단절이라는 일본의 민족주의적 두려움을 발견한다.

자오로우로우(趙柔柔, 베이징대학교 중문과 박사과정)는 중국을 고찰했다. 중국은 현재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인 소위 빠링허우(八零後)가 사회에 진출하고 결혼을 준비하는 시기다.

필자는 이들 빠링허우의 결혼 풍속도를 배금주의에 빠진 여성을 일컫는 빠이진뉘(拜金女), 결혼비용에 얽매이지 않는 결혼을 의미하는 루어훈(裸婚),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긴 남녀를 가리키는 셩난셩뉘(剩男剩女) 등의 신조어를 통해 알아본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빠링허우의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빠링허우들의 노력, 또 이전과는 달라진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스테파니 누그로호(Stefani Nugroho,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를 언급한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과 관련된 여러 전형적 이미지들은 내재적으로 확립되어있기보다는 외려 복잡한 사회적 갈등들을 내포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일부다처제다. 이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대다수의 여성들과 서구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에게 있어 일부다처제는 일종의 관습처럼 치부된다. 필자는 최근 이를 소재로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아야트-아야트 친타 Ayat-Ayat Cinta'와 그 밖의 각종사례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일부다처제가 여전히 논쟁의 대상임을 강조한다.

앤서니 펑(Anthony Fung, 홍콩중원대학교 언론통신학부 교수)은 근래 3년간 중국대륙의 남성과 결혼한 홍콩(香港)여성이 약 1천300만 명으로 20년 전 대비 약 90%가 증가했다고 밝힌다.

홍콩-대륙 간 결혼의 주축이 그동안 홍콩남성과 대륙여성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 바로 고소득, 고학력, 높은 지위인 여성을 의미하는 이른 바 싼까오뉘(三高女)가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들의 표면성에 주목하기보다 경제강국으로서의 중국의 급부상과 더불어 홍콩사회의 전통적인 남성우위적 형태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주목한다.

이세기(시인)는 2011년 현재 국내체류 외국인 수는 126만 명에 이르며, 이 중 결혼이주자의 경우는 14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추세 속에는 과거 농촌중심의 결혼이주와는 달리 최근 도시를 정주공간으로 삼는 결혼이주, 즉 결혼이주의 배경이 노동이주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포함돼 있다.

필자는 이 현상에 대해 결혼이주 유입이 가장 활발한 도시 중 하나인 인천의 경우를 예로 들며 새로운 아시아발 문화융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최근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다문화정책의 일국적 폐쇄성을 지적한다. 3천 원.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