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대여 함부로 말아야

인천지방법원 판사 김지선

각종 소송사건을 보다 보면 자신은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고 실제 당사자는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통장을 빌려주는 경우 부동산을 명의신탁해 두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고 회사의 대표이사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일명 바지사장) 개인사업자 등록명의 대여, 대출 명의대여, 계약 명의대여 등 다양한 명의대여가 현실에서는 이뤄지는 것 같다.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이유는 주로 가족이나 지인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는 아무 불이익이 없다는 말을 믿고 아니면 약간의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명의를 빌려주는 것은 생각보다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선 부동산 명의신탁을 받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조세 회피 등의 목적으로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준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상법에 의하면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영업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해 거래한 제3자에 대해 그 타인과 연대해 변제할 책임이 있다.

물론 이 경우 그 제3자가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은 사실은 면책을 주장하는 명의대여자가 입증해야 하므로 경우에 따라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아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이 돼 있던 사업장의 물품대금 채무 등을 부담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명의자로 있던 사업장의 세금이 체납된 경우에도 실제 사업자가 따로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명의자가 세금 체납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대출약정에 명의만 빌려줬다고 하더라도 그 대출약정이 금융기관의 양해 하에 그에 따른 채무부담의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명의자에 대해 채무자로서의 책임을 지우지 않을 의도 하에 오로지 형식상으로만 대출관계 서류를 작성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하므로 설사 금융기관의 직원이 실제 대출금 사용자가 따로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법정에서 명의만 빌려주었을 뿐인데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때로는 안타깝고 명의대여에 따른 책임의식이 확고해진다면 사회도 더 투명해지고 법원에 오는 분쟁도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