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이순간


 

   
▲ 화도진 도서관 벤치에서 그림을 그리고 계신 박정희 할머니.

늦가을 추위가 오늘 약간 수그러들어 포근한 날씨였다. 책도 빌릴 겸 화도진 도서관에 갔다.
입구를 지나 벤치에 뒷모습이 연약해 보이는 화가 한 분이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앞으로 돌아가 잘 그린 그림을 보고 놀라고, 다시 그림을 그리시는 분을 보고 더욱 놀랐다.
그 분은 화평동에 사신다는 88세의 박정희 할머님이셨다. 그림을 그리신지 80년이 넘으셨다고 하셨다. 주로 무엇을 그리시느냐고 물어보니, 할머니 화가께서는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만을 그리신다고 한다. 여기 도서관의 공부하는 학생들이 예뻐서 오늘은 이곳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계신다고 한다.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연세가 드시면 몸도 마음도 약해지신다고 한다. 밖에 외출은 힘들어서 어렵고, 집안에 가만히 계시는 것도 많이 힘들어 하신다.
그러나 이 화가 할머니는 붓을 쥐는 손에 조금의 힘만 있어도 앞으로 100세까지, 아니 그 이상 그림을 그리실 것이라고 하신다.
특히나 수채화를 가장 좋아 하신다는 이 부드러운 할머니의 작품을 보면서 도서관에 드나들며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용기와 희망과 미래를 배웠으면 좋겠다.
노년을 빨주노초파남보 수채화로 승화시키는 아름다운 인생이시다.
아마 내 생각에는 80년이란 세월동안 그림을 그린 화가는 우리나라에 박정희 할머니 밖에 안 계실 것 같다.
- 박정희 할머니 화가는 한글 점자(훈맹정음)를 창제해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의 둘째 딸입니다. 박 할머니는 1923년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인천제2공립학교에서 3년간 교사로 근무했으며 '나의 수채화 인생'이란 책도 발간했습니다.

/김재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