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석·분당소방서 서현119안전센터


얼마전 수년동안 사망한 상태로 방치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런 보도가 아니더라도 유사사건은 국제뉴스를 통해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 한다.
아무런 축복을 받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낳아지고 버려지는 가련한 생명에서 몇평 남짓 작은 공간에서 아무도 지켜봐 주지 않는 외로움 속에 쓸쓸히 세상과 이별하는 영혼에 이르기까지, 좋은 일보다는 궂은 일, 험한 일을 일상으로 겪으면서 우리 소방대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인생을 보다 깊이 생각하게 되고 이런저런 사색과 고뇌의 시간을 일반사람들보다 많이 갖게 된다.
부모님께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조상들의 임종모습이나 TV사극에 등장하는 그런 장면을 보게 되면, 숙연한 의식의 한 부분으로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는 인생의 마지막 의례로서의 중요성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농경사회였던 과거에는 모든 가족이 한 곳에 정착하면서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기 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당사자 가족은 물론이고 지역공동체의 일로 생각하고 상부상조하면서 일을 치렀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파트와 고층건물로 대변되는 현대의 주거환경에선 외견상 보기에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이웃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많고 많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현대생활에서는 오히려 쓸쓸한 주검이 더욱 많아지고 그러한 현상을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으로 치부해 버리는 방관자의 입장인 경우가 너무도 많다. 임종을 앞두고 자손들이 모여 마지막 이별을 함께 하고 작별의 인사를 하는 임종의 모습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인가.
119 구급대원으로서 간혹 접하는 쓸쓸한 죽음을 목도하는 심정은 참담하다. 어디에 살고 무슨 일을 하든지 마땅히 부모님의 임종에 참여하여 마지막의 모습을 지켜보아야 할 텐데 자손들이 함께 하여야 할 그 자리를 우리 119 대원이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 가슴 아프기만 하다. 아무도 울어주지 않는 무관심 속에서 너무도 쓸쓸히 사라져 가는 영혼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니라 마지막 떠나는 인생의 순간을 아무 연고도 없는 119 구급대원이 지켜봐야 하는 그런 현실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