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 571 )
미디어 학자 맥루한(토론토 대 교수)은 인기 있는 대중연설가로 "미디어는 맛사지다"라든가, "미디어는 메시지다" 같은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 그는 미디어를 '뜨거운 것(핫)'과 '찬 것(쿨)'으로 나눈 것으로도 유명하다.
"귀의 세계는 뜨거운 감각 과민증의 세계이고 주술적인 세계인 반면, 눈의 세계는 상대적으로 냉정하고 중립적인 세계"라고 설명하면서 그 중 한 가지의 감각에 의존하는 매체를 '핫미디어' 라고 규정해 눈길을 끌었다.
기본적으로 라디오가 핫미디어에 속한다면, 텔레비전 같은 매체는 쿨미디어라는 주장이다. 더불어 라디오는 청취자의 상상력에 호소하는 반면 텔레비전은 여러 감각으로써 시청자를 묶어 사유를 단절케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영화는 어디에 속할까? 상호간 접촉이 없다는 점에서 핫미디어에 속한다. 그러나 흑백 무성(無聲)에서 컬러 시대를 넘어 3D에 향기와 충격까지 동시에 느끼게 해 주는 4D에 이른 오늘에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안소니 퀸과 줄리에타 마시나가 나오는 영화 '길'은 흑백이어야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리라 믿는 것은 그것이 핫미디어로서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입장에서이다. 그걸 컬러화나 3D화 했다고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
옛 영화를 '3D화' 하겠다고 최근 야단들이다. 19일부터는 세계 최초로 국내서 지상파 3D TV 방송을 한다고 한다. "3D에 미친 건 전자회사와 일부 감독뿐"이라지만, 흑백영화 생산을 중단한 지도 꽤 오래다. 싫든 좋든 인류는 지금 또 세기적인 '감각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맥루한이 이를 봤다면 뭐라 했을까?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