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칼럼
그러니까 십 여 년이 훨씬 넘은 이전의 일이다. 중학생인 아들을 옆에 태우고 어딘가를 가고 있었다. 심심하던 차에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아들아! 넌 이담에 크면 엄마 아빠 모시고 살 거지?" 했더니, 녀석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뜸, "미쳤어요? 요즘 세상에 누가 부모를 모시고 살아요?"하는 거였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갑자기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당시만 해도 사십대 초반의 젊은 나이였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게 문득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 후부터는 마음속으로 아들을 버리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내 자식이 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잠시 내 배를 빌렸을 뿐, 하나의 독립된 개체라고 그렇게 매일 암시를 했다.
사람은 누구나 내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집착을 갖게 된다. 내 아들, 내 남편, 내 애인…. 내 것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은 심각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사랑과 집착에 대한 혼동으로 갈등을 많이 빚는다. 누구든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버릴 줄 알아야 그것이 참다운 사랑이 될 수 있다.
부부간에 이혼도 따지고 보면 내 남편이 혹은 내 아내가 다른 사람한테 몸과 마음을 빼앗겼다는 분한 생각 때문이다. 그렇지만 엄밀히 따지면 배우자의 몸과 마음이 어찌 자기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고부간에 갈등도 마찬가지다. 결혼하면 그 때부터 아들은 며느리 몫이 된다. 그런데 아들의 마음을 며느리와 둘로 나눠 가진다 생각하니,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시어머니는 서어머니대로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애인과 다투다 헤어지는 경우도 그 사람의 전부를 차지하고 싶어, 일일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 까지 감시하고 참견하려드니 서로 마찰이 일게 된다. 그래서 누구든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면 집착에서 벗어나 그 상대를 버리는 연습부터 하라고 일러준다.
그래서인지 일찌감치 아들을 버린 덕분에 지금은 녀석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의 손짓으로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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