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우리 집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민들레꽃이 활짝 피어 시야를 자극하곤 한다. 가끔 길섶에 피어있는 작은 민들레의 운명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그 생명력이 끈질기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느 때는 인간의 운명과 교차되어 그 꽃을 바라보곤 한다. 민들레는 작고 노란 꽃잎을 활짝 피우고 나면, 어느 날 예쁜 꽃잎은 지고 꽃대위에 솜같이 부드럽고 여린 하얀 꽃술이 남게 된다. 이 꽃술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남김없이 산산이 흩어져 날아가 버린다.

바람에 날려간 민들레 씨앗은 아무 길바닥에 떨어져 생명을 탄생시킬 싹을 틔운다. 떨어진 씨앗이 어디에 정착하느냐에 따라 예쁘게 꽃을 피우기도 하고, 사람들한테 밟히거나 뜨거운 태양에 메말라 죽기도 한다.

또 어떤 씨앗은 자갈밭이나 그늘진 황무지에 떨어져 미처 생명을 잉태시키지도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린다. 온 힘을 다해 뿌리를 뻗어 꽃잎을 피웠다고 해도 꽃대가 여리고 휘기도 하며 볼품없는 작은 민들레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씨앗은 가볍게 타고 날아서 양지바른 언덕이나 길섶에 축축이 물기어린 땅에 떨어져 별 힘들이지 않고 뿌리를 내려 무럭무럭 잘 자라기도 한다.

우리 집에 활짝 핀 빛깔 좋은 민들레를 바라보면'너는 그래도 좋은 운명을 타고 나, 양지바른 언덕에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같은 뿌리와 줄기에서 나온 민들레 씨앗들이라 하여도 그 일생은 모두가 전혀 다른 운명으로 자라고 피어난다.

사람의 운명도 이 민들레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비록 같은 부모의 피를 이어받은 형제들이라 하여도 그 일생은 각기 다른 운명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들레의 운명이 그렇듯이 인간 역시도 절대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천지기운의 변화무쌍한 조화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다만 민들레는 타고난 운명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인간은 후천적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음; 같은 사주라도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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