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에게 날아오는 돌멩이는 피하지 않고 돌을 던지는 사람의 무지를 탓하는가 하면, 자기 자신의 어리석음은 모르고 남의 어리석음 만을 탓하는 사람이 있다. 이 모든 행위는 바로 우리가 느껴야 하는 일이다. 
 그동안 인천일보에 연재해온 역학 칼럼을 막상 책으로 출간하려고 결심하고 보니, 연고를 모르는 출판사에 주기 보다는 필자와 알고 지내는 출판사에 책을 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다 보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책을 낸 것이 빌려준 돈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사람이라 하는 것은, 손톱만큼의 양심이 약간이라도 남아 있을 때 가책이라는 것도 느끼는 모양인지 그 출판사 사장은 그렇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돈을 빌려준 친구가 결국 그를 검찰에 사기죄로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 혐의가 인정되어 법정 구속까지 당하고 나왔지만, 한 인간의 또 다른 단면을 지켜보는 필자로선 자괴감에 씁쓸한 마음뿐이다. 무엇보다 돈 때문에 양심을 팔아먹는다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다
 필자는 사람을 잘 믿는 편이어서 주변에서 사람을 너무 믿지 말라는 충고를 자주 듣곤 한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을 믿지 않고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 
 이 일이 있고 난 이후, 이때부터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내 영혼이 허물어져 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사람을 의심하는 병이 들기 시작했다. 이럴 때 영혼의 갈등을 동무해줄 친구는 술밖에 없었다. 날만 어두워지면 술로써 병 들어가는 내 영혼을 붙들고 달래면서 그를 용서하자고 부추겼다. 그래야 의심의 병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가까운 주변을 속이고 또 그 사람 자신을 기만한 그를 용서하자고 맘속으로 수없이 되뇌이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마음이다. 진실은 많은 말이 필요 없다. 눈빛만 보아도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쉽게 판명 난다. 거짓은 필요에 따라 이 말도 하고 저 말도 하게 되지만, 진실은 오직 한 가지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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