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용현동 토지금고 어디쯤에 용하다는 여성 점술가가 있어 K가 그곳을 가본 모양이었다. 당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던 K는 상황이 매우 절박했는데, 그 어려운 사정을 잘도 맞추는 거였다. 그래서 속으로 내심 놀라면서도 시침을 떼고 모른 척 앉아 있었는데, "이거 부적 써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얼마 안가 곧 망 합니다" 평소 주관이 강하기로 소문난 K였지만 그때는 이상하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마음이 솔깃해지더라는 거였다. 그래서 그의 말을 순순히 따르고 어려운 상항에도 어렵사리 큰돈을 마련해 부적을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한달도 못 넘기고 부도가 나고 말았다.

후에 찾아가 이차저차 한 사실을 알리고 따지듯 묻자, "당신 그렇지 않으면 부도가 문제 아니라 죽을 운이었어요. 그걸 부적이 목숨 유지해 준 겁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더 의기양양하게 큰소리치더라는 거였다. 그 후로 K는 자신의 무지를 한탄하면서 더 이상 부적에 대해 믿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세간사 고금을 통해 단 한 번도 사필귀정의 철칙을 벗어났던 예가 없었음을 볼 때, 남의 운명을 봐주는 술사(術士)들은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과 진리는 기만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부적으로 인해 더 이상의 재물을 낭비하게 되는 우매함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부적은 인류의 정신문화개발과 역사적 기원을 함께하는 것으로 오랜 세월 전해져 오고 있다. 그것은 서양인들 계통의 마스코트 형식과 동양인 계통의 문자표기 형식의 두 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아울러 부적의 영험함 또한 오랜 동안의 연마와 경험이 집약되어 이루어진 정신문화상의 한 조각 산물이라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부적의 참 의미는 자신에게 닥칠 재앙을 사전에 예방하고 재난을 가능한 한 극소화하여 복록과 행운을 최대한으로 증가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 하지만, 이 또한 대우주의 자연 운행을 자기의 중심 안에서 바꾸어 소원하는 방향으로 간절히 원할 때 이루어지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현재는 부적을 이용하여 사리사욕과 헛된 욕심만을 탐하는 속된 무리들로 인해 부적의 신비는 사라지고, 실질이 없는 과장만 남아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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