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인계동 '장어와 추어탕'
'수조 안을 자유자재로 헤엄쳐 다니는 유연한 몸, 당장이라도 수조를 박차고 나올 듯 펄떡이는 강한 꼬리. 바로 스테미너의 왕 민물장어'. 치어는 하천에서 성장하고 서식하다가 산란 때가 되면 바다에서 알을 낳고 죽는다는 장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겨찾는 보양식임에 틀림이 없다.
수원 인계동 옛 수원관광호텔 뒷편에 가면 '장어와 추어탕(대표 정창화·50)' 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널따란 주차장과 100여석의 좌석이 손님을 기다리는 아담한 단독주택 건물. 점심시간만 되면 점심특선 요리인 추어탕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저희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농 야채에 담백하게 구운 장어, 그리고 복분자주까지 한잔을 곁들이면 기운이 펄펄 납니다."
이곳에서 지난 10년을 하루같이 '장어와 추어탕집'을 운영해 온 정창화 사장. 저녁 단체예약 손님이 있다며 장어 손질에 여념이 없는 정 사장의 얼굴에서 불황의 그늘은 찾아볼 수가 없다.

▲ 최고의 보양식 장어 최상품만 고집해 온 10년
분주한 점심시간을 지나 찾아간 식당 한켠에서 만난 정 사장의 이마에는 아직도 훈훈한 온기와 함께 땀이 배어 나오고 있있다.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한 장어는 혈관이 노화되고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는 것을 막아 동맥경화, 뇌졸중을 예방하는데 최고입니다." 자리에 앉마자마 장어에 대한 자랑부터 늘어 놓는 정 사장. 그의 장어 사랑은 끝이 없다. "특히 비타민 A는 쇠고기의 200배나 들어 있어 인체 모든 기관의 성장, 노화방지, 면역력 증강에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장어 표면에 미끌미끌한 단백질 성분은 약해진 위장의 점막을 보호하고 소화 흡수를 돕습니다."
장어집만 10년을 하다보니 웬만한 의사보다 장어에 대해선 모르는게 없는 정사장. "저희집 장어는 매주 전남 고창에서 산지 직송되는 민물장어 중 최고의 품질을 자랑합니다."
"장어는 특히나 그 몸통이 굵고 튼실해야 살이 두껍고 구수한 맛이 더해지죠. 저는 그래서 1㎏당 꼭 4미(4마리) 짜리를 씁니다. 최소 길이가 60㎝ 이상의 장어만 사용하죠."
하지만 장어에는 100g당 223㎉ 열량이 함유,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 비만이나 고지혈증이 있다면 과식은 피하는 게 좋다.

▲ 장어의 깊은 맛을 더하는 유기농 야채

바로 이런 점을 해소하기 위해 적당량의 야채를 곁들여 먹는게 필수인데 정 사장은 자신 소유의 인근 화성 매송면 어천리 소재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야채를 식재료로 사용한다. 유기농법을 사용해 무농약으로 재배한 배추, 무우, 부추, 상추, 깻잎 등을 장어와 함께 먹으면 말 그대로 최고의 보양식이 따로 없는 것.
모든 식재료가 이처럼 직접 재배한 야채로 만들어져 김치는 물론 식탁 위에 올라오는 모든 음식이 웰빙음식으로 채워진다.
정 사장은 "요즘처럼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큰 시기에는 우리 농산물로 직접 만든 음식에 대한 욕구가 크게 마련이죠. 손님들이 바로 이점을 좋아해 많이들 찾아와 주십니다."
단골 고객들에게는 직접 재배한 웰빙야채를 선물하기도 하고, 농장에 찾아가 수확도 함께 하다 보니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더욱 늘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장어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장어의 피가 정력제로 알려져 있어 남성분들이 많이 찾기도 하는데 60도 이상의 온도에 가열하지 않고 소주 등에 섞어 마시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 한약재로 만든 특별한 소스는 노력의 산물
이렇게 장어와 추어탕이 입소문을 타고 장사가 잘 되기까지 정 사장에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 식당마다 비슷비슷한 맛과 똑같은 식재료들 사용하고 있어 자신은 뭔가 특별한 맛으로 승부하고 싶어 유명하다는 장어집을 전국 방방곡곡 모두 찾아 다녔다는 정 사장.
"누가 쉽게 가르쳐 줍니까. 식당 주방에서 일하면서 눈썰미로 배우기도 하고, 노하우를 찾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죠."
이렇게 몇 개월을 고생한 정 사장은 장어와 함께 먹는 새로운 소스를 개발했다. '장어와 추어탕' 집의 인기인 소스의 맛에는 그야말로 특별한 비결이 숨어 있었던 것.
"저희집 장어 맛의 비결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소스의 맛에 반해서 오시는 손님들이 많죠."
정 사장은 장어 소스를 다양한 한약재를 첨가해서 만든다. 미삼, 당귀, 계피, 생강 등 총 15가지 이상의 한약재를 넣어서 장어 소스를 만든다.
"저희집 장어 소스는 한약재가 첨가되어 장어에서 나는 비린내와 흙냄새 등을 제거해 주고 특히 느끼함이 없도록 해 주죠."
소스 만드는 비법을 공개할 수 없냐는 질문에 정 사장은 고개를 젓는다. "단골 고객들에게도 공개 할 수 없는 저만의 비법입니다"라며 껄껄 웃는다.

▲ 10년동안 고집한 가격 마케팅
지난해 산지에서 장어 값이 두 배 이상 뛰었을 때 당연히 인근 장어 집들의 가격이 30%이상 급등했다. 정 사장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격을 올리자니 그동안 10여년 가까이 고집해 온 균일 가격을 지키고 싶었고, 그렇게 하다보니 마진이 줄어 들어 경영이 어려워 질 수도 있었던 것.
하지만 정 사장은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정 사장은 고집스럽게 균일가격을 지난 10년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렇게 가격도 싸고 소스에 대한 특별한 맛이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 퍼지면서 손님은 더욱 늘어갔고 결국 성공적인 마케팅 효과로 돌아오게 됐다.
"마케팅이랄게 뭐 있습니까. 끝까지 고집해 온 가격도 지키고, 가격경쟁력이 생기면서 손님도 1.5배 가까이 늘어나 오히려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 셈이죠."

▲ 점심특선 우거지 추어탕

최근에는 점심메뉴로 개발한 추어탕이 인근 직장인들에게 입 소문이 퍼지면서 점심시간에는 발디딜 틈이 없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추어탕 한 그릇을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자리가 없다.
"요즘들어 여성손님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저희집은 추어탕도 직접 재배해서 건조한 우거지를 넣어 그 맛의 구수함이 일품이죠."
지난 10년간을 장어와 추어탕 집을 운영해 온 정 사장. 그의 고집 만큼이나 깊고 담백한 맛이 배어 나오는 장어의 구수함. 저녁 예약 손님을 맞기 위해 장어를 손질해야 한다며 서둘러 주방으로 향하는 정 사장의 뒷 모습에 그의 장어 외길 인생이 깊게 묻어나고 있었다. 예약문의 031-221-4700.

/글·사진=김형수기자 blog.itimes.co.kr/vodo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