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등 무리한 확장 결국 쓴맛

정부, 기업의 전문화 육성 온힘



이른바 'R의 공포'라는 이름으로 미국발 경기침체가 전 세계를 엄습한 가운데 중국 역시 경기위기 앞에서 각종 내수 부양책을 쏟아내며 지속성장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지만 작년 말부터 외환 보유고 감소, 경제성장률과 소비자신뢰지수의 하락(CCI) 등 잇따른 경제지표상의 암울한 성적표는 향후 몇년 간 중국의 경제성장이 과거 같은 고도성장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했다.

하지만 한국이 97년에 겪었던 IMF의 쓰라린 경험이 오히려 기본적인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 구조에는 약이 됐던 것처럼, 중국 특히 성장하는 기업들에게는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가 과거의 문어발식 몸집 불리기 전략에서 사업의 집중도를 높이고 전문화하는 경향의 확산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기업의 몸집 불리기

중국의 개혁개방 정도가 전면화에 이르는 90년대 중후반부터 대형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 아래 수출과 주식공개상장(IPO)을 통해 얻은 막대한 자금을 기반으로 이른바 중국식 '기업사냥'이라고 불리는 국내 중소형 기업 및 세계 유수기업들을 인수합병(M&A)함으로써 사업의 확장과 더불어 각종 사업 간의 시너지 효과로 규모면에 있어 빠른 성장을 이룩해온 게 사실이다.

2004년 중국의 TCL그룹이 프랑스의 톰슨사의 가전사업 일부를 인수한 예가 그랬고 작년 IBM의 PC산업 부문을 인수하며 PC산업의 강자로 등장한 레노보가 PC뿐만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 사무용기기 휴대폰, 금융, IT산업으로의 확장하려 했던 예가 그랬다.

위기는 체질개선 위한 보약
하지만 최근의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중국 경제성장의 둔화에 따른 중국 기업의 수익률 감소는 그간의 몸집 불리기가 오히려 돌아오는 화살이 돼 버려 구조조정 대상으로 진단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이제는 내실없는 규모의 성장만으로 이윤을 추구한 중국기업들이 무리한 확장에 따른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TCL은 막대한 사업 손실을 보고 유럽시장에서 철수한 상황이며 레노보는 컴퓨터 산업 외에 적자를 보고 있는 사업 부문 매각을 완료했다.

그리고 중국은 그간의 위안화 절상과 임금상승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부진으로 더 이상 임금우위 기대 무조건적인 양산능력 향상에 힘쓴 구조로는 더 이상 자신들만의 고유시장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며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지킬 수 있는 산업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업들의 전문화 경향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 역시 과거의 규모 확장을 통한 기업의 비대화를 넘어 내실 있는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을 이룰 수 있도록 암묵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번 세계 경제위기가 중국의 고도성장에 해(害)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기업의 경쟁력과 산업의 체질구조에 있어서는 앞으로 쓰디 쓴 보약이 될 것임도 확실하다.

/글=박정동 소장 박재정 연구원

인천대학교 중국학연구소 (www.uic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