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맥주를 한 컵 마시고나니 뭐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뭔가 막혔던 속이 확 뚫리는 기분이었다.
"최소한 세 번 이상은 결혼해야 되는 사주로군요."
신금(辛金)일주가 술(戌)월에 축(丑)시라 지장간(地藏干: 지지속에 감춰진 천간)의 정화(丁火)로 남편을 삼는데 약한 丁火가 진(辰)년의 충을 받아 그나마 파손되어 살아남기 어려웠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또 인연을 만나려거든 꼭 궁합을 보라고 언질을 주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辛金에 戌土 丁火는 관고(官庫: 남편이 묘속에 들어감을 뜻함)로 아주 쇠약한데 辰중의 계수(癸水)의 충을 받고, 시지(時支) 丑土의 형을 받고 있어 일부종사가 어렵고 자식과의 인연도 전혀 없는 팔자로 사주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마음이 답답해지는 사주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타고난 팔자대로 살아가는 모양인가 봐요."
사주의 주인공은 가만히 있는데 반해 같이 따라온 여인이 더 감탄을 하는 모양새가 그녀의 살아온 삶을 다 아는 듯 아는 체를 했다.
"자식과도 인연이 없어 남의 손에 키우기가 십상이네요."
혹 불구 자식이 있나 물어 보려다 그만두었다. 그러기를 잘했지, 필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무런 대꾸도 없이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다 그냥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함께 따라온 여인이 저녁 어스름한 시각에 다시 찾아왔다.
"가끔 칼럼에서 보면 술을 잘 하신다고 나와 있던데…"
뭔가 필자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눈치라, 그녀가 청하는 술자리를 마다않고 따라 나섰다. 그리고 파란만장한 한 여인의 삶을 드라마로 보듯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생생히 듣게 되었다. 첫 남편은 아들을 낳은 다음해 삼년 만에 교통사고로 죽고, 두 번째 남편은 공사현장에서 사고로 죽었는데, 거기서는 다행히 자식이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십년 만에 다시 재혼한 세 번째 남편 역시도 아들을 낳은 그 이듬해 급성 간암으로 죽었다고 하니 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인가. 다음:전생의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