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빠르게 흐르지만 강가에서는 흐름이 고요하다. 이 말은 급격하게 변화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촌철의 경계를 주는 말이다. 빠른 강물에 휩쓸리면 결코 강 밖의 세상을 볼 수 없다. 그저 빠른 강물에 적응하기 위해서 온 힘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강물 밖에는 더 넓은 세상이 있음을 어찌 부인할 수 있겠는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상쾌한 L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늘 긍정적인 사고와 위아래를 분별할 줄 아는 예의와 겸손한 마음을 지닌 L은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타입임에도 이상하게 결혼이 늦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여자를 멀리한다거나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도 아닌데 부모님의 조바심에 비해 그는 별로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여성은 이런 그의 마음을 전혀 모르고 다른 남성과 교제를 하면서 그를 편하게 만나고 있었다."요즘도 그런 플라스틱 사랑을 하는 사람이 다 있어?"하고, 빈정거리는 말투로 놀려주어도 씨익 웃기만 했다."제 사람이 될 것 같으면 언젠가 저의 마음을 알겠지요."
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어디에도 흔들림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는 요즘 사람 같지 않은 젊은이였다."답답한 소리 그만하고 그 친구 생년월일이나 말해 봐. 두 사람 결혼이 이루어지나 좀 보게"아직 생일도 모른다는 말에, 동전으로 보는 육효점으로 괘를 내어 보았더니 화뢰서합(火雷) 초효, 4효, 5효, 상효가 동해 천지비(水地比)로 변했다.
용신인 재효(財爻)가 지세(持世)하고 진신(進神)으로 화(化)하였고 巳火 자손이 동하여 생세(生世)하여 주고 있다. 그런데 원신(元神: 용신을 생해주는 신)인 巳火가 동하여 회두극(回頭剋: 동해서 극함)을 당하니 子水를 충거하는 午월에 혼인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만약 5월에 결혼하게 되면 한턱 단단히 내야 해?"점괘의 예시처럼 그리고 그는 지난 4월에 청첩장을 들고 제일 먼저 필자에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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