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으로 기억된다. 품성이 온화한 덕이 할머니는 자신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자한 분이시다. 어느 날 아들의 궁합을 봐달라고 하는데 아무리 보아도 며느리 될 아가씨의 성격이 과격하기도 했지만 남편 궁이 부실하여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둘의 사이는 궁합이 잘 맞는 편으로 그런대로 사이는 좋았던 모양이었다.
“며느릿감으로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아닌데 어떡하죠?” 덕이 할머님은 걱정을 태산같이 하면서도 그래도 둘의 관계가 갈 때까지 간 사이라 남의 규수를 망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고민이 되었다. “남의 처자를 망가뜨려놨으니 쯧쯧…” 그래도 아들이 사랑한다니깐 끝까지 반대하기가 꺼림칙했던 모양이었다. 그 분의 성품으로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자신의 자식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불교에서는 남에게 베푸는 것을 보시(布施)라고 말한다. 보시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해야 함은 물론 누구에게 베푼다는 생각조차 마음속에 지니고 있지 않아야 진정한 보시라고 했다. 바로 할머님의 성품이 그러했다. 이러한 사고를 지닌 할머님을 늘 존경하며 지켜보았는데,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 꽤 오래 만에 다시 뵙게 되었다. 그런데 놀란 것은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 꼭 중병을 앓는 사람처럼 얼굴이 황폐해 있었다. “아니?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평소 후덕하고 풍후한 모습만 뵙던 필자로선 갑자기 변해버린 표정에 그만 건강에 문제가 생겼구나 염려되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선생님이 결혼시키지 말라는 얘기를 귀담아 들었어야 하는 건데…” 순간 며느님으로 인한 심적 고통이 말이 아니구나 싶게 느껴졌다. 여자 사주에 상관이 많으면 상부살로 남편을 극하고, 또한 성격도 과격하여 무서운게 없고 배짱이 좋아 위아래를 몰라본다. 거기에 관고(官庫:남편이 무덤에 들어감)를 깔고 있어 남편을 우습게 여기는게 특징이다.
“어떻게 된 사람이 변덕이 심해 종잡을 수가 없는데다 거기다 지 남편까지 우습게 여기는데 속에서 울화가 치민다우.” 혼인 전 필자의 말을 듣지 않은걸 뼈저리게 후회하는 눈치로, 그 집안이 잘 되려면 우선 며느리부터 잘 들어와야 함은 당연한 이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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