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야 어찌됐든 자치단체의 예산낭비가 강도 높은 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에도 심심찮게 논란거리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다. 주민을 위한 시설을 만든다는 것이야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사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시행부터

한데 있다. 지금 일선 현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혼선과 부작용은 따라서

필연의 것이며 그런만큼 근원적인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예산집행의 효율성과 적정성이 의문시되기가 일쑤였다.

예산이 줄줄 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 비판에는 하루 빨리 불합리한

요소들을 시정하지 않으면 더 많은 낭비가 예상되는데도 차일피일 하면서

덮어두기에 급급한 몸짓을 하고 있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임자

없는 돈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지 않나 싶다.

 보도에 의하면 인천시가 문학토지정리사업지구에 전통민속마을을

조성한다면서 미리 토지를 구입하거나 환지 않은채 이를 추진하는 바람에

당초 공기대로라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대부료와 연체이자까지 부담하게

됐다고 한다. 사업추진 일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등 종합적인 분석-예측

미숙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통마을 조성사업은 지상물

보상지연으로 인한 구획정리 미완료, 시공업체 부도 등이 겹쳐 착공

단계부터 삐걱거렸다. 지난해 10월 겨우 착공에 들어가 현재

기반성토작업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남구청이 지난 96년

수억원을 들여 만든 쓰레기 소각로는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고 해서 지난해

말부터 가동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퇴비화기기, 가스 흡입기,

파지압축기 등 고가의 장비들이 녹슬어가고 있다. 유지비용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설치해 놓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행정의 대표적 사례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장기화될 수 없는 과도적인 것이라 하지만 주요한 사업이

이같이 표류할때의 피해와 혼란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이점에서 공직자들은 타성적인 눈치보기에서 벗어나야 하며 특히

확고한 사명감이 매우 긴요하다고 판단된다. 즉흥적인 정책결정이

반복된다면 남은 것은 역시 시행착오의 반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