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언어장애
 
 “아고! 선상님. 오랜만이어유.” 충청도 사투리가 낯익다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피부가 유난히 시커먼 사십대 여인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사내아이와 함께 들어섰다. 그런데 영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애써 생각을 더듬으려 하는데 먼저 입을 열었다.
 “옛날에 선상님이 늦둥이 낳을 거라 하더니만 시방 그 아가 이렇게 컸구먼유.”
 그러고 보니 십여 년 전 필자가 개인 사업을 하고 있을 때 사주를 보았던 여인이었다. 당시는 심심풀이로 무료 사주를 보아 주었는데 지금도 그때의 고객들이 단골로 다니고 있었다.
 “헌데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워낙 오래 전의 일이라 궁금해 물었더니 수소문 끝에 알았다며, 데리고 온 아이의 사주나 봐 달라고 했다. 1997년 8월 21일 오후4시라며 생년월일을 불러주었다.
 사주를 적고나서 찬찬히 살펴보니 신약한 丁火일주(일주는 자기 자신임)가 엄마인 木(木生火)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木이 많은 金에 의해 파극(破剋)되었다. 金은 식상인 土에 의해 생을 받아 더욱 강한 힘을 갖고 木을 극하고 있으니 다시 말해 자기를 도와주는 木이 망가진 셈이다. 木이 망가진 근본적인 원인은 식상인 土에 의한 것이다. 식상은 배설도 되지만 입으로 먹고 마시는 기관도 된다. 이렇게 되면 언어에 장애가 온다.
 “말이 좀 어눌하지 않는가요? 하고 물었더니 어눌한 정도가 아니고 아예 말을 못한다며 그동안 답답한 심사를 털어 놓았다. “지 아배가 아들 낳았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만…”
 서너 살까지는 사내아이라 그래도 말이 좀 늦게 트이나 보다 생각했는데 지금껏 말을 못하니 이러다 병이라도 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걱정 말아요. 14살이 되면 말을 조금씩 하게 되고 24세 이후로는 정상적인 의사 전달이 되니깐 마음 놓으셔도 돼요.”
 그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진찰을 받아 본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데도 말을 못하니 더 속상했던 모양이었다. 그 답답한 심사야 필자도 자식 키우는 엄마다 보니 충분히 이해 할 것 같았다.
 사주 자체에 나를 도와주는 인수(印綬: 엄마에 해당) 卯木이, 많은 金에 의해 파상되는데 초년도 또 왕성한 申金 운으로 흐르니 언어가 막힐 수밖에 없다. 이렇듯 타고난 사주의 운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사다.
 다음; 이름이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