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무사히 다녀오겠는가

인간에게는 갖가지 욕망이 있게 마련이지만 앞을 내다보는 눈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점(占)인데, 점은 정확하게 그 사람의 장래를 예고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긴요하게 사용하는 부분이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실질적인 나이가 꽤 많아 필자도 놀란, 아직 미스라 해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동안(童顔)인 얼굴이 은근히 부럽기까지 하여 질투가 동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필자와 나이가 동갑이었다.
“스위스에 아들이 유학하고 있는데 궁금해서 한번 다녀올까 해서요. 가도 탈이 없겠는지. 제가 워낙 겁이 많아서요.”국내 여행도 아닌 외국행에 그것도 초행길이라면 겁이 날만도 했을 것이다.
무사히 다녀올 수 있겠는가 하고 괘를 내어보았더니 수뢰둔(水雷屯)이 수택절(水澤節)로 변한 괘를 얻었다.
“지금은 어렵고 음력 10월이나 돼야 가게 될 것 같은데요.”世가 寅木에 임하고 진신(進神)으로 化하였으니 당연히 가도 된다. 그러나 월파(月破)로 인해 지금은 가기 어렵고 월파를 당한 寅木이 합을 만나는 亥月(10월)에나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얘기해 주었다.
그랬더니,“아들이 방학 중일 때 가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실은 이달에 떠나려고 하는데요.”
인간이 자신의 계획대로 모든 게 이루어진다면 무엇을 걱정하고 근심하며 살겠는가. 사람의 능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그것은 곧 위대한 자연만이 가지는 힘으로 그 자연의 힘 뒤에는 그것을 움직이는 어떤 보이지 않는 강한 기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마하고 돌아간 동갑내기 여사가 그리고 다음 달 다시 찾아왔다.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스위스에서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할 시기였다.
“어떻게 벌써 다녀 온 거예요?” 예정보다 일찍 출국한건가 싶어 물었더니 고개를 가로 저었다.“죄송한 얘기인줄 알면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저는 사주팔자를 믿는 편이 아니었어요.”이렇게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낸 여사는 그날 집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여행 준비를 위한 점검에 마음이 바빴다고 했다. 그리고 삼일 후면 아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였는데 갑자기 스터디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겨울 방학 때나 오라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놀랐다고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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