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으로 인천의 미래를 열기
--제2연륙교 문제를 바라보면서--

이 원 규/소설가. 동국대 겸임교수
인천항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는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던 제2연륙교 주경간 폭 문제가 인천의 요구를 수용하는 선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천일보 보도에 의하면 12일 아침에 열린 고위 당정간담회는 종래의 주경간폭 700m 밀어붙이기를 벗어나 권위 있는 전문 단체에 새롭게 용역을 주어 그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방향타를 수정했다고 한다.
주경간폭은 왜 쟁점이 되었던가. 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송도 신도시를 잇는 새 연륙교를 항만 출입 주항로 위로 개설해야 하는 문제로 발생했다. 정부는 2년 전 교각 간격을 700m로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일본해양과학(JMS)이 그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 계획대로 할 경우 충돌 위험 때문에 편도 운항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러자 인천의 원로와 오피니언 리더들은 ‘편도 운항이라니, 인천항을 반쪽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냐’ 하며 벌떡 일어났던 것이다. 그들은 인천 ‘제2연륙교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왕복통행이 가능한 1,000m 폭을 주장하며 대응하기 시작했고 인천 정치권과 항만업계가 호응해 나섰던 것이다.
정부는 어서 빨리 다리를 만들어 접근성을 확대함으로써 허브 공항으로서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아울러 경제특구에 외자 유치를 실현해야 하는 중대한 목표가 있어 머뭇거릴 수가 없는 사정이다. 그리고 주경간폭을 확대할 경우 공사비가 수천억 원 늘어나는 문제를 안아야 한다.
그러나 인천의 미래가 불행으로 빠져드는 것을 인천이 좌시할 수는 없었다. 인천의 운명을 결정하면서 인천의 의견을 제대로 묻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안대로 다리를 만들 경우 안게 될 폐해를 조목조목 들어 따져보면 그것이 인천의 손익을 떠나 종래는 국익에 얼마나 큰 마이너스를 가져올 것인가가 객관적 증거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주경간폭을 700m로 했을 경우 추정되는 선박의 대기로 발생하는 체선과 체화 비용은 오는 2011년 연간 197억원, 2020년 237억원이며, 제2연륙교가 건설되는 2007년부터 2040년까지 33년 동안 지불해야 하는 총 기회비용은 7천689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놀라고 당황한 것은 인천 시민들이었다. 도대체 정부는 왜 그랬을까. 그런 중대한 요인을 왜 담요로 덮어 버리고 밀어붙인 것일까. 눈감고 아웅 해도 될 정도로 인천이 만만하게 보인 것일까. 인천이 지난 수십 년 한국 정치의 중심에서 소외되어온 탓인가. 중앙 정부에 인천 출신 거물이 없는 때문이 아닌가. 그런 심정적 억울함까지 겹쳐 착잡한 심경으로 추이를 지켜보았다.
이제 인천 시민들은 카타르시스와도 같은 후련함을 갖게 되었다. 인천의 여론이 지역의 이익을 외면한 정부의 막무가내의 추진에 제동을 걸었으며, 항만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고려한 적정 주경간폭으로 제2연륙교가 건설될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이 뽑아 보낸 국회의원들이 여야간 정쟁을 지양하고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어 인천의 이익을 위해 분투해주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말이 없지만 지켜보았다. 범대위의 놀라운 결속과, 그들의 지적에 깜짝 놀란 인천 출신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따지고 덤비는 것을. 그리고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핑퐁 게임하듯이 공을 넘기면서 주춤주춤 물러서다가 당정 간담회로 넘겨버리고 거기서 결국 재검토로 귀결이 나는 것을. 장관 하나 내지 못하고 중앙 정부에서 늘 소외되었던 인천이 이번에는 제몫을 찾았군. 인천의 원로와 지도자들이 힙을 합해 인천의 운명을 스스로 열어나간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가. 인천 출신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해 인천의 권익을 위해 분투해준 것이 얼마만인가. 시민들은 범대위의 행동을 보면서 그래도 인천에 주인정신dl 살아 있구나 하고 깊이 안도하고, 앞장서 분투한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업어주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이다.
물론 당정 간담회가 범대위의 요구를 백퍼센트 수용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천항의 기능을 죽이면서 제2연륙교만을 건설하려한 정부 계획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이제 남은 것은 후회 없는 최선의 합리적 판단이다. 인천항의 운영 효율성과 선박 운항의 안전성을 신중히 고려하여 신속히 제2연륙교의 주경간폭을 확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천 시민들의 소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