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복 한국은행 인천본부장

금년 들어 유학, 해외여행 등의 명목으로 해외로 유출되는 외화가 월 평균 약 1조원(9.4억달러)이나 된다고 한다. 그 결과 여행수지 적자가 금년 7월까지 약 32억달러(전년 총 47억달러)에 달하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나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큰 폭의 여행수지 적자는 지금과 같이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민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경제가 성숙해지고 개방화와 자유화가 크게 진전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이 무작정 규제일변도나 ‘해외여행을 자제합시다’ 라고 애국심에만 호소하여 대외지출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경제규모, 교역량 등을 고려한다면 해외여행을 제한하여 균형이나 흑자수지를 유지하겠다는 소극적인 생각보다는 오히려 보다 많은 외국관광객을 국내로 유치하겠다는 적극적인 사고가 더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불요불급한 외화의 지출을 억제하는 데에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일년 동안 해외유학경비로 약 19억달러가 지출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장기적인 교육제도와 여건의 개선과 더불어 현재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영어마을이나 국제마을 조성 등과 같은 단기적인 대책을 통하여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튼실한 대외수지 흑자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확충하여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첩경일 것이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적인 관광여건을 살펴보면 경제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1천달러 남짓하지만 전체인구 약 13억명 중 4%가 넘는 약 6천만명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같은 소득수준과 구매력을 가진 계층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의 1.5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또한 중국은 관광대국이지만 주어진 자연경관이나 조상들이 물려준 역사적 유물 등을 중심으로 단순히 ‘보는 관광’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비행시간 2시간 이내에 있는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관광자원의 개발과 확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최근 관광행태가 단순한 ‘보는 관광’에서 ‘체험하고 즐기는 관광’으로 변모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체험하고 우리 것을 즐기도록 유인할 수 있는 관광자원의 개발이 요청되고 있다. 즉, 단순히 한번 와서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서도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동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겨울철이면 강원도내 스키장을 찾는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 관광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경제자유구역조성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려는 단계에 있는 우리 인천지역의 경우에도 첨단산업단지와 물류중심지를 성공적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보다 많은 외국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관광자원의 개발 또한 지역경제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몫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5백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명물 ‘센토사 아일랜드’를 거울삼아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인천 앞바다의 110여개에 달하는 무인도에 다양한 관광시설을 구비하여 관광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인천이 우리나라의 여행수지 개선에 일조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