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서 최고의 의료수준 국가로 꼽히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외국계병원에 대한 특혜는 존재하지 않는다. 파리의 경우 미국계의 아메리칸 호스피탈, 그리고 영국계의 잉글리쉬 호스피탈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들 교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설립된 병원들일 뿐이지 프랑스 정부 당국으로부터 어떤 특혜를 받고 있지 않다. 미국에 비해서 의료보험제도가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고 모든 국민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유럽의 경우 의료서비스의 질과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은 부단하게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과정에서 의료보험제도의 적자폭이 확대되어 파산이야기가 나오고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문제가 각종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존 의료보험제도를 더욱 보완. 강화하고 서비스의 질적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내부 진통이자 자가 반성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면 된다. 혹자는 이같은 유럽의료계의 주기적인 스스로의 비판과 반성을 마치 서유럽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이기도 한 의료보험제도의 파탄이라고 이해하고 미국식 의료체계가 오히려 이상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치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전체국민들이 비교적 골고루 의료혜택을 받고있는 유럽에 비해서 미국은 개인보험을 중심으로한 의료체계를 갖고있기 때문에 전국민의 15%에 달하는 4천3백만명이 일절 보험 혜택을 받지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금년 2월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지구촌에서의 한국복지정책의 방향」 을 보면 앞으로 민간의료 보험도입등으로 미국의 의료체계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우려를 금할 수없다.
바로 이같은 시점에서 정부는 (재정경제부) 2008년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설립예정인 외국계병원에서 내국인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종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문제는 내국인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외국계 병원에 세금 감면과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데 있다. 재경부의 경제자유구역기획단에서는 앞으로 경제자유구역이 활성화되면 외국인 거주자들이 급증할 것이고 이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세계일류병원을 유치해야만 한다고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일류병원을 유치하기 위해서 국내의료법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영리(營利)병원설립을 허용하고 의료기관의 주식회사화를 통해서 자본투자와 이익금의 해외송금이 자유롭게 된다. 재경부는 또한 인천 경제 자유구역내에 설립될 예정인 외국계 병원을 이용하게 되는 내국인들은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불가능한 대신 민간 의료보험만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서 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와 외국인을 위해 설립되는 외국계병원의 등장으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체계가 미국식으로 전환되는 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이같이 중차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외국계 병원 설립문제가 재경부의 몇몇 관리들에 의해서 입안 계획되고 집행되기에는 그 파급효과와 후유증이 너무나 크고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유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외국계병원은 미국 펜실바니아(유펜)의 대학병원인데 이들은 5백~1천병상규모의 병원을 건립하여 국내병원의 5~7배의 진료비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규모의 병원에서 수익구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경제자유구역의 거주인구를 훨씬 초과하는 50만~150만명의 배후인구가 필요하며 이들이 예상하고 있는 진료비를 감안한다면 수도권의 일부 부유층들을 위한 병원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병원유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하고 있는 정부당국에서는 국내병원등의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고 년간 1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내환자들의 해외 원정 진료비 지출을 이곳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미국병원 유치가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앞으로 이 문제가 병원협회나 의사협회같은 전문 단체들과 의료소비자들인 국민들간의 토론과 협의과정을 통해서 원만하게 조정되고 결정되어야 하겠다. 자칫 경제자유지역 활성화를 명분으로 외국계병원설립을 허용한다면 모처럼 자리잡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의료비의 상승을 유발시키며, 의료서비스에서 빈부격차가 극심하게 드러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우리고장 인천에서 한세기전에 벌어졌던 외국인과 내국인들간의 차별과 상대적 박탈감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선진국 또는 선진국을 지향하고 있는 국가일수록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을 없애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경제자유구역이 한국인에 대한 역차별 또는 의료수가의 인상이나 계층격차를 노출시키는 현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부당국과 이해당사자 그리고 전국민이 진지한 토론을 위해 슬기로운 결론을 도출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