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오랜 숙원 과제중 하나인 사법제도 개혁을 위해 지난해 10월 구성되어 올 해 연말까지로 활동시한이 정해진 사법개혁위원회(이하 사개위)가 최근 논의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 결과를 살펴보면, 사법개혁에서도 과학기술계는 여전히 소외 받고 있다.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 과학기술력이 2만불 달성의 핵심이라는 말을 되뇌이면서도 사법제도에 과학기술분야를 어떻게 반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술분야에 대한 분쟁과 기술분야에 대한 범죄가 제대로 처리되기 위해서는 기술판사, 기술검사가 필요하다. 기술에 대한 분쟁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법률지식을 가진 자가 변호하고 재판해야 진실을 밝힐 수 있다. 그리고 기술분야의 범죄 또한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진 검사가 수사해야 범죄를 밝히고 기소할 수 있다. 만약 검사에게 전문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공소권만 있을 뿐 기술범죄를 철저히 단죄하기 어려워진다.
기술분쟁, 기술범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기업의 활동에 악영향을 준다. 애써 개발한 기술을 제대로 구제할 수 있는 사법장치가 없다면 기술개발 의욕이 꺾이어 결국 기술경쟁력이 저하되고, 결국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된다. 기술분쟁에 대한 사법제도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가 국가 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한데 현재 기술 판검사를 어떻게 양성해 낼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없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위원 선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법률계통이 아닌 위원은 정부2, 언론계2, 경제계1, 여성계1명등 6명에 불과하다. 총 21명중에서 6명만이 비법률계로서, 사개위는 법률계의 마당인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과학기술계의 문제의식을 반영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미래의 성장동력,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정작 이를 위한 배려는 전혀 없다면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과학기술계 의견을 반영할 위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법조계가 스스로 알아서 반영해 주길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사법개혁은 어느 분야만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사법제도는 국민의 생활에 밀접한 연관을 갖기 때문에 각계 각층에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이 나라의 장래와 직결된 과학기술분야의 의견도 수렴할 수 있는 조치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고영회 (변리사, 행정개혁시민연합 과학기술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