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은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다. 사이비(似而非) 천국이다. 하루도 신문에 ‘가짜’기사가 실리지 않는 날이 없다. ‘벤처사업가가 가짜 CIA요원에게 사기 당해 15일 만에 수십억 날려’, ‘떳다방식 대출사기 극성’, ‘중국, 가짜 분유제조업자에 사형선고’, ‘가짜 비아그라 판매 구속’, ‘가짜 애국지사묘 국립묘지서 이장키로.’ 이 내용들은 모두 최근 잇따라 일어난 가짜 사건들이다. 심지어 한 양주회사에서는 가짜양주 유통을 차단키 위해 위조방지용 병마개까지 개발, 장착했다고 한다.
 사회가 이 모양이니 진실이 통할 리 없다. 심지어 우리가 매일 먹고 사는 쌀마저 가짜다. 다시 말해 쌀에도 ‘사이비 미(米)’가 있다. 어느 지역 쌀이 ‘밥맛이 좋다’하면 어김없이 다음날이면 ‘00米’등 그 지역 상표가 붙은 가짜 쌀이 전국 쌀 가게에 이내 진열된다. 한 특정지역의 쌀이 하루 아침에 어디서 그렇게 많이 생산되는지 알 수 없다.
 엊그제는 속칭 ‘짝퉁’으로 불리는 가짜 유명 상표 밀수전문조직이 인천본부세관에 붙잡혔다는 보도이다. 한국의류산업협회가 유명브랜드와 비슷한 사이비 제품이 시중에 너무 많이 나돌아 ‘명품식별 요령’을 담은 책자를 내놓은 지 꼭 일주일 만이다. 이들은 ’샤넬’, ’루이비통’ 등 가짜 유명상표를 부착한 핸드백, 수영복, 선글라스 등 100억 원대의 여름용 가짜 명품을 인천항을 통해 들여 오다 적발됐다.
 이번 세관에 검거된 이들이 사무실을 차려 놓고 가짜 물건을 수집한 곳이 중국 광저우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광저우는 가짜상품 전시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번은 장쩌민 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차 온 광저우대표에게 ‘당신도 가짜대표가 아니냐’고 농담을 건 넬 정도라고 한다.
 가짜 쌀 먹고 가짜 상표가 붙은 옷을 입고 가짜 학력에 가짜 신분증을 소지하고 가짜 술을 마시는 등 온통 가짜투성이인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진정 진짜인가. 오늘 아침 나는 가짜 브랜드 쌀밥은 먹지 않았는가. 오늘 내가 입고 신고 있는 옷과 신발에 붙어 있는 상표는 가짜가 아닌가. 정신 바짝 차리고 매사에 시비(是非), 곡직(曲直), 진위(眞僞)를 가릴 줄 아는 혜안(慧眼)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