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한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인차이나포럼 책임)]

강대국 경쟁 가열 속 북·중·러 밀착
미래 불투명한 국제 환경 장기화

독일의 실용적 중국 행보 눈길
경쟁자이자 협력자 파트너로 규정
이념·갈등 넘어 발전 잠재력 키워

실리적 북방외교 절실…인천 역할 주목

질병과 재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의 전쟁. 한꺼번에 몰아닥친 지구촌 위기 속에서 미중 경쟁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차이나피크, 정말 중국의 성장은 멈춰 선 것일까? 익숙한 듯하지만, 점차 낯설어지는 중국에 대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불안이 일고 있다.

인천일보와 인차이나포럼은 2024년 공동기획, '동행(同行)을 위한 새로운 한중협력'을 통해 중국과 지속적인 협력의 필요성과 더불어 그 방향과 과제를 탐색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인천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살펴보며 이를 통해 인천시가 향후 새로운 한중협력을 위한 선도도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언한다. 이러한 기획의도에 따라서 본 공동기획은 현대중국학회, 한국유라시아학회,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등에 소속된 16명의 중국 전문가와 함께 우리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을 면밀하게 톺아보고, 새로운 한중협력을 모색하고자 한다.

▲ 인천시는 중국 교류·비즈니스 선도 도시인 인천의 역량과 경험을 한데 모아내고자 매년 인차이나포럼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하여 전문가·비즈니스 세션, 한중청년대화 등 다채로운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일보 DB
▲ 인천시는 중국 교류·비즈니스 선도 도시인 인천의 역량과 경험을 한데 모아내고자 매년 인차이나포럼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하여 전문가·비즈니스 세션, 한중청년대화 등 다채로운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일보 DB

#신냉전 도래?

질병에 이은 재난과 전쟁. 지구촌의 위기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가운데 미중 강대국 전략 경쟁 역시 가열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1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 바로 다음 날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의를 개최,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동맹국 공조를 과시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관계 역시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4월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러 외교부 장관 회의에서 양국은 유엔과 브릭스, APEC 등 다자간 플랫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은 2023년 러시아 원유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구매, 러시아의 전시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다. 또한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조중 우호의 해' 개막식 참석을 위해 4월13일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상호 적대적인 진영을 엮는 모습으로 인해, 국제사회가 냉전 시대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위 신냉전의 국제환경이 도래하면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안전은 크게 위협을 받게 된다. 또한 통상형 구조를 지닌 우리의 경제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 인천시는 1993년 중국 톈진시와 자매결연 체결을 시작으로 줄곧 중국 교류비즈니스를 선도해 왔다. 사진은 지난 2023년 6월29일 인천·톈진 결연 30주년 선언문 조인식. /사진제공=인천시 

#갈등·협력의 미중경쟁, 우리는.

다행인 점은 현재 국제 여건을 돌아보았을 때 신냉전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지구촌을 하나로 잇고 있는 세계화의 흐름과 구조가 여전히 강건하며, 현행 질서를 재편하기에는 패권국 미국의 역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감속했던 세계화의 회복세가 뚜렷하며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고자 했던 미국의 탈동조화 전략 역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위험을 관리하는 소위 디리스킹으로 그 수준이 조정되었다.

신냉전이 아닌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미중 전략 경쟁이 지속될 것이며 미래가 불투명한 국제환경이 장기화할 것이다. 이는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으면서 부상하는 중국을 이웃으로 둔 한국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안전과 번영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실용적 중국전략을 펼치고 있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4월14일 방중, 충칭 소재 보쉬(BOSH) 수소엔진 생산시설 시찰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국 경협 방향에 대해 회담했다. /연합뉴스
▲ 실용적 중국전략을 펼치고 있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4월14일 방중, 충칭 소재 보쉬(BOSH) 수소엔진 생산시설 시찰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국 경협 방향에 대해 회담했다. /연합뉴스

#독일의 실용적 중국전략 주목…獨총리 방중.

한국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독일의 행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독일과 한국은 각각 세계 4위와 5위의 제조업 강국이며, GDP 대비 수출 비중이 50%에 이르는 통상 국가로 양국은 모두 중국의 중요한 경제·무역 파트너이다. 무엇보다도 한국과 독일은 미국과 강력한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독일은 2023년 7월 '중국전략'을 발표, 미국이 주창하는 가치동맹을 수용하되 미국의 일방주의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등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중국을 독일의 경쟁자이자 협력 파트너로 규정하고, 경제산업 측면에서 중국과의 관계 분리가 아닌 지나친 의존을 줄이는 다변화 추구를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독일의 실용적 중국전략 기조는 4월14일부터 16일까지 이뤄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중국 방문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숄츠 총리의 이번 방중에는 메르세데스-벤츠·BMW의 자동차 업체는 물론 바스프(BASF), 지멘스(SIEMENS)와 같은 신에너지·바이오, 첨단기술 분야 글로벌기업의 최고경영진, 그리고 관련 교통·농업·환경 부처의 장관이 동행했다. 독일과 중국의 경제산업 협력이 전통적 제조업에서 미래 신산업 분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숄츠 총리는 첫 중국 방문지인 충칭에 도착하자마자 독일기업 보쉬의 첨단 수소엔진 생산시설을 시찰하기도 했다. 2023년 독일의 대중국 직접 투자액은 119억 유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도 독일은 중국과 실용적 경협을 확대하고 있다.

#실리적 신북방 전략 필요…인천 등 지방정부 의 역할 기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 추구에 보조를 같이하는 동시에 자국의 경제산업 이익을 위해 중국과의 새로운 협력 분야 발굴에 박차를 가하는 독일. 이념과 갈등의 장벽을 넘어서 미래 가치와 발전 잠재력에 주목, 사회주의 중국과의 국교 수립 등 성과를 일궈낸 1990년대 우리의 실리적 북방외교를 떠올리게 된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관계는 제 방면에 걸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정부, 기업뿐만 아니라 지방정부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지방정부는 민감한 정치·안보 이슈로부터 한 발짝 비켜나 있어, 국가 간 불편한 상황에 부닥쳐 있어도 국제협력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시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지방정부는 실용적 대외협력 방안을 새롭게 발굴하고 추진하는 데도 유리하다.

지방정부가 중국과의 실리적 협력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중국 교류·비즈니스 선도 도시인 인천의 길라잡이 역할을 기대해 본다.

▲ 김수한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인차이나포럼 책임

/김수한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인차이나포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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