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제22대 총선 결과는 사실 필자의 예상치에서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민주당 170석 이상의 압승을 예상했으며 국민의힘은 110석 안팎이 될 것으로 봤다. 그리고 조국혁신당을 제외한 진보정당과 제3지대 정당은 겨우 한 두석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예상은 우리 정당정치의 구조와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 그리고 집권당인 국민의힘의 선거전략 등을 총체적으로 반영했기에 가능했다. 특히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이번 총선은 결국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누구든 인식의 편향을 제거하고 판단의 균형을 잡으면 저변에 흐르는 민심을 읽을 수 있다.

예상대로 이번 총선에서 민심은 단호하고 준엄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 표가 아니라 돌을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으로는 국민의힘 참패지만 실상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신임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의 국정개혁 동력을 찾기가 어렵다.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 여당도 조금씩 거리를 두는 분위기이다. 국정이 자칫 최악의 국면으로 가는 건 아닌지 우려될 정도이다. 일각에서는 국정운영 기조 변화나 협치 등의 식상한 처방전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늦었다. 그럴 가능성도, 또 그렇다고 달라질 것도 별로 없다. 변화와 혁신은 힘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이제 그 시효는 끝났다는 얘기다. 앞으로 어쩌면 사즉생의 마지막 한 수에 매달릴지도 모를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 다음으로 '정치의 실패'를 맛본 사람이 바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국민의힘 구원투수로 급히 나설 때만 해도 신선했고 적잖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검사 출신 정치 초년생의 한계는 분명했다. 갈수록 '이미지 정치'에 매몰되고 콘텐츠 없는 선거용 메시지는 코미디 수준으로 회자됐다. '나 홀로 대선 놀이 한다'는 비난이 그것이다. '아무 말 대잔치'라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결국 민심의 본류에는 다가서지도 못한 채 전략과 비전, 정책의 무색무취는 그대로 참패로 직결됐다. 결국 한 전 위원장은 '민심은 언제나 옳다'는 말을 남기고 사퇴했다.

그렇다면 한동훈 전 위원장은 그냥 이대로 끝나고 마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4년 전 황교안 때보다 더 참담하다는 냉소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전 위원장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에겐 지금 다른 대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비록 패장이지만 한 전 위원장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구태에 찌들거나 무미건조한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 당과 정권에 더 큰 위기가 닥칠 땐 국민의힘 당원들이 먼저 그의 귀환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그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은 잠시 잊힌 채로 이번 총선의 참패를 성찰하고 또 성찰해야 한다. 이후 다시 등장할 때는 훌쩍 커진 모습으로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한 번은 실수할 수 있다. 두 번부터는 실력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박상병 시사평론가
▲ 박상병 시사평론가

 

/박상병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