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배 문화비평가.
▲ 김성배 문화비평가

인천의 대표적인 공공문화시설인 인천문화예술회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문화예술 창작자(집단)와 관(람)객을 잇는 매개자로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공간을 제공하며 자리매김해 왔다. 짧게나마 그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문예회관은 1994년 4월8일 '지방문화예술의 진흥에 기여하고 시민의 정신문화 향상과 향토예술의 창달을 도모하여 예술활동무대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관했다. 시기적으로는 1995년 지방행정구역 개편으로 인천이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전환되었다. 사회적으로는 1980년대 정치 민주화의 에너지가 경제적.문화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정부의 문화정책도 '중앙에서 지방으로'를 강조하고 있었고, 지역문화, 문화도시, 문화복지 등의 개념들이 강화되고 있었다.

당시 인천에는 문화시설이 부족했다. 복합문화시설인 시민회관이 1974년에 개관하여 다양한 문화행사로 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건축물구조진단 결과 위험시설로 판정되어 1997년에 사용이 중단되었고 2000년 철거됐다. 수봉문화회관은 1982년에 개관하여 주로 인천예총의 활동 공간으로 이용되었다. 여기에 서구문화회관(1995년), 계양문화회관(1996년) 등이 하나씩 개관하면서 문예회관과 함께 지방문화시대를 열어왔다.

문예회관은 시민회관과 비교해 시설이 세분화, 전문화되었고 규모도 컸다. 공연장은 대·소·야외공연장으로 구성되었고, 프로시니움 무대(액자형 무대)에 에이프런(반원형 돌출부분)이 딸린 무대시설과 회전형 무대세트 등을 갖췄다. 여기에 시립예술단의 연습공간이 확보되어 단원이 상주하며 연습과 발표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전시실도 대·중앙·소전시실(이후 미추홀전시실 추가)로 구성되었고, 칸막이 설치로 공간을 가변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전문예술인의 높아지는 안목과 시민의 다양한 예술체험 요구에 부응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는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설립취지로 세밀한 운영전략을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회관 이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2004년 처음으로 명칭변경이 논의되었다가 2017년에서야 '인천광역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종합'을 떼었다. 종합은 과거 시민회관의 연장선에서 집회 성격의 일반행사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였다.

2011년에 개방형 직위의 전문경영인을 관장에 위촉하여 변화를 꾀했다. 이는 운영에 전문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자 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 하지만 관장은 업무에 집중하기보다는 문예회관을 디딤돌로 삼아 다른 공간으로 옮기는 일에 관심을 두었다. 이렇게 해서 전문경영인 체제는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그 이후로 관장의 전문성 나아가 회관운영의 변화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현재 문예회관(운영주체 인천시)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아트센터 인천(인천경제자유구역청), 트라이볼(인천문화재단)과 함께 (가칭)인천아트센터로 통합될 예정이다. 각기 다른 주체가 운영하는 문화시설을 하나의 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 성공을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방향성은 무엇보다 문화시설 운영의 전문성에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시설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새로운 재단의 설립취지와 운영방향을 구체화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김성배 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