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훈 포천고 교사]

국어 선생님서 진로전담교사로 자리 옮겨
지역 최초 고 1·2학년 교과 체험전 열어
선택과목 선정 도움…3학년 선배들 조언도
“역량 시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인부터”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과 학부모의 가장 큰 고민은 대학진로다. 대학 진학을 위해선 고교학점제와 과목선택이 가장 중요한데, 자칫 과목 선택을 잘 못하면 자연계열의 경우 대학을 갈 때 차질이 생긴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고 공부해야 할지 과목 선택에 대한 기본적인 진로정보가 부족한 탓이다. 결국 고3이 되면 여기저기 눈치보다 허송세월 보내기 일쑤다.

이런 와중에 포천고등학교가 지난해 7월 1·2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탐색을 위한 교과체험전을 진행했다. 포천에선 최초로 진행된 의미 있는 행사였다.

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할 때 자신의 진로와 맞는 교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획부터 행사개최까지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 마련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총 20개의 체험부스에는 중국어, 물리학, 생명과학 등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이 구분돼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선택과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각 체험부스에선 3학년 재학생들이 후배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진로 탐색을 위한 조언과 함께 교과체험을 할 때는 성심성의껏 과목의 이해와 특성을 안내해줬다.

그동안 몰랐던 정보를 체험을 통해 배운 학생들은 신기한 듯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일부 체험장은 학생들의 관심이 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학생들은 교과체험전을 계기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뭐가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알게 됐다. 행사를 기획한 손지훈 진로진학상담부장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고등학교에서만 27년간 근무한 손지훈(사진) 진로진학상담부장은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진로상담을 위해 전문상담교사 자격증도 땄다.

여기에 더해 한국어교원자격증, 연극영화교사자격증, MBTI 일반강사 자격증, 에니어그램 일반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MBTI 연수도 진행하고 있다.

원래 손 진로진학상담부장은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였다. 그러나 진로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국어수업을 포기하고 진로전담교사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엔 실체가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로라는 내용으로 수업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첫날부터 학생들이 찾아와 진로상담을 요청했다. 성적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용기를 내 상담을 신청한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진로진학 정보를 알려줬다.

도움을 준 학생들이 신뢰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이 났다. 학생들에게 진로를 조언하고 안내할 수 있는 일이 국어를 가르치는 만큼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포천을 시작으로 의정부·남양주·구리·파주시, 가평·연천군 등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진로진학 상담을 해줬다. 진로길 찾기 1대1 맞춤형 컨설팅도 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용기를 갖고 도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로성숙도를 높이고 사회 흐름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제는 역량의 시대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걸 위해서 어떤 것을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과거 흐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 진로 진학을 고민할 때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포천=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