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KBO 자문위원.<br>
▲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KBO 자문위원

전 세계 최초의 야구 중계방송은 1921년 월드시리즈였다. 제1회 월드시리즈(1903년)를 치른 후 18년 만이었다. 1927년 시카고 컵스는 메이저리그(MLB) 최초로 팀의 전 경기 중계방송을 허용했다. 이후 각 구단도 이에 동참했다. 2년 후, 아메리칸 리그는 중계방송에 관한 구단주 회의를 열었다. 결론은 MLB 경기 라디오 중계의 전면 금지였다. 라디오로 중계하면 팬들은 야구장을 찾지 않을 테고, 이는 구단의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구단주들의 패착이었다.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자물쇠 효과는 '특정 재화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 두는 효과'를 말한다.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이 재화나 서비스에 익숙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소비자가 익숙해지면 공급자는 사업성이라는 발톱을 드러낸다.

2024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뜨거운 이슈가 등장했다.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 유료화 방침이다. KBO는 2024년부터 3년간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tving)과 온라인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중계권을 계약한 티빙은 유료 서비스를 결정했다. 유료 서비스 전환 발표에 팬들은 반발했다. 그동안 다음, 네이버 등은 무료 중계방송을 제공했다. 티빙 계약 금액은 연간 450억 원이다. 기존 계약(연간 22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중계권료는 스포츠 리그의 시장가치를 반영한다. KBO의 중계권료가 상승한 것은 프로야구의 가치가 커졌다는 의미이다.

돈을 내는 야구장 직관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야구장 직관은 요금재(toll goods)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돈을 내는 개념과 비슷하다. 중계방송은 개념이 달랐다. 그동안 인터넷 중계는 공공재(public goods)의 성격이 강했다. 국도를 이용하면서 돈을 내지 않는 개념이다. 티빙과의 계약은, 이제 국도를 이용하더라도 돈을 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한 것이다.

프로스포츠의 시장화는 존재의 본질을 찾는 단계이다. 이 단계가 온라인 중계 유료화에서 멈추면 안 된다. KBO가 추진해야 할 고도의 시장화 전략은 세 가지 더 있다. 첫째, 중계권료 차등 배분이다. 현재는 중계권료를 10개 구단에 균등 배분한다. 이는 반시장적이다. 시청률이 높은 경기에 더 많은 돈을 지급해야 한다. 둘째, 입장료 분배 개선이다. 현재 입장료 수입은 홈팀과 원정팀이 72:28로 나눈다. 이는 1993년에 도입한 제도이다. 당시 지방 구단은 경기장이 열악하여 많은 수입을 올리기 어려웠다. 현재 10개 구단은 홈구장을 모두 새로 단장했다. 입장료 수입 분배의 원천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입장권 창구 일원화이다. MLB는 입장권 판매를 사무국이 일괄 관리한다. 반면 KBO는 구단마다 따로 관리한다. 이래서는 시장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인터넷 중계 유료화 서비스는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가 본격적인 시장화의 서막을 올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정확한 시장 모형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생명력이 길다.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KBO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