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는 선감학원 옛터가 일부 남아 있다. 선감동 460-1 8만여㎡와 건물 11개 동이다. 경기도는 이들 옛터 보존·관리 및 활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우리는 어린 소년들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의 현장을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반면교사로 삼자는 취지에 십분 공감한다. 선감학원 폐쇄 40년이 넘었으므로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서둘러 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진행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남은 건물 11개 동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1982년 선감학원이 폐쇄된 후 1990년부터 경기도와 안산시가 일반주민들에게 임대를 주었기 때문이다. 2021년에 계약이 최종만료 된 이들 건물 세입자 9세대 가운데 2세대는 짐만 쌓아둔 상태고, 7세대는 현재도 건물 안에 거주한다. 도는 지난달 2세대를 상대로 한 명도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아직 짐을 빼지는 못했고, 7세대는 나갈 곳이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경기도와 안산시가 애초에 선감학원 역사의 중요성을 알고 임대계약을 맺지 않았으면 좋았을 터이나 이제 와서 되짚어봐야 소용없다. 선감도는 일제강점기 말에 수용소를 만들기 위해 섬 주민이 모두 이주해야 하는 아픔이 있었고, 해방 후 주민들이 하나둘 되돌아왔으나 오래도록 토지소유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세월이 흘러 건물이 낡은 데다 임차인들이 증·개축을 한 곳도 많아 원형을 거의 잃어버렸다. 옛 건물들은 2020~2021년 실시된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경기도는 선감학원 옛터를 근대문화유산으로 추진할 예정인데, 원형이 거의 남지 않은 터라 등록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든 안 되든 선감학원의 역사와 자취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일은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 세입자 문제를 정리하는 일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나, 세입자들의 사정을 세심하게 살펴 무리수를 두는 일은 없기 바란다. 나아가 '원형'이나 '보존'을 지나치게 좁게만 해석할 게 아니라 선감도 전체를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