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경제의 성공과 정치의 실패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역설이다. 한국인의 행복감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성장이 저절로 행복을 만드는 게 아니다. 인간의 행복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으며, 정치가 유일한 해결사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기업이 개인적인 삶의 만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가족과 종교단체, 학교와 각종 공동체가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복지 예산 규모의 확대만으로 행복감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복지 수준이 가장 높은 북유럽 국가가 영미권 국가보다 주관적 안녕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복지 수준이 훨씬 낮은 중남미 국가의 주관적 안녕이 그보다 더 높다. 복지 규모의 확대도 필요하지만, 가족과 친구, 동료와 더불어 사는 사회적 관계 역시 중요한 것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행복 추구권이다. 국민의 행복 추구권은 권리이자 동시에 국가의 의무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행복을 높이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좋은 일자리, 경제적 안정, 안전과 삶의 질 향상, 사회적 신뢰 제고, 정치 개혁 등이 행복의 전제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이 독점되면 부가 축적되고, 부의 편향된 축적은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한다. 사회는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기득권 세력과 그렇지 못한 소외 계층으로 양극화된다. 사회의 칸막이가 높아질수록 계급의 상처는 커진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보다 소득만 낮은 게 아니라 건강과 행복감도 낮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한국 정치의 실종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며, 양극화되고 있다. 사회 계층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분열되더니,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격화되어 국민을 갈라놓고 있다. 정치가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인, 지식인, 정당, 계층이 없다. 한국 사회의 리더 그룹이 무너진 이유는 개혁이 장기간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개혁의 지체가 우리 사회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들었다.

기득권층의 저항은 개혁을 어렵게 한다. 그러므로 시민들의 각성과 단결이 중요하다. 그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만 개혁의 동력이 발생한다. 이번 총선은 개혁의 주체를 새롭게 형성한다는 점에서, 인물 교체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치권은 물갈이에 실패했다. 시민 다수의 의견을 안정적으로 대의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물의 출현은 과연 불가능한 꿈인가? 민주화 이후 방향을 상실한 시대의 마지막 밤이 너무 길다. 난세의 영웅은 없다.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