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잘못 없다” 태도 일관
5·18 민주화 운동 사실상 부정

의장직 상실 후 법정공방 예고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땐 복잡

분쟁 소지…의원직 제명도 가능
시민단체 “허위사실 유포” 고발
▲ 24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9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한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언행을 보인 허식 인천시의회 의원이 전 국민적인 질타를 받고 의장직에서 쫓겨났지만 인천시민과 5·18 유가족들에겐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나아가 허 의원은 의장직을 사수하기 위해 소송도 불사하겠다 공표한 상황이라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 또한 눈여겨 봐야 할 포인트다.

 

▲허식, 의장직 박탈돼도 “사과할 수 없다”

허 의원은 24일 의회 본회의장 방문 후 '신문 배포에 대해서는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거는 사과할 수 없다. 왜 사과하냐”며 “조선일보에 김일성 찬양하는 거 있다고, (그걸) 돌렸다고 사과하느냐”고 일축했다.

그의 이 같은 태도는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 이후 일관된다.

지난 21일 인천시의회 의장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허 의원.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신문을 시의원 전원에게 돌린 사실이 지난 3일 언론에 보도되고 18일 만에 나온 첫 공식 입장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법령에 어긋난 의장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결의한 시의원들은 시민단체에 의해 권한 남용 혐의로 고발 당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의원들을 겁박할 뿐 자신의 언행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의회에서 '의장 불신임안'이 처리되기 직전까지도 마찬가지였다.

23일 열린 29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에 나선 허 의원은 “허위 당론으로 밀어붙인 (국민의힘) 의원총회 결과를 따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료 의원들의) 단순 요청에 의해 신문을 돌린 행위는 (지방자치법에서 불신임 사유로 정하고 있는) 법률 위반도 아니고 직무 수행 안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의원들의 의정 활동에 도움 되는 적극적인 직무 수행”이라며 본회의를 기습 산회해 회의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허 의원이 배포한 '5·18 특별판' 신문은 총 40면에 걸쳐 '5·18은 DJ(김대중)세력·北(북한)이 주도한 내란', '가짜 판치는 5·18유공자…광주의 진실을 묻다' 등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으로 가득하다. 그는 “기사 내용에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신문 배포 논란 이후 허 의원은 또 다시 5·18을 폄훼하는 다른 기사를 시의원들과 간부 공무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카톡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는 “나를 고발하는데 도구로 사용된 5·18특별법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청구 등 법률적으로나 실력 행사 측면이나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다 할 것”이라며 5·18 민주화운동을 사실상 부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5·18 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불신임 '효력 정지 가처분' 예고한 허식, 행동 옮길까

허 의원은 의장직을 잃었지만 분쟁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앞서 그가 기자회견 자리에서 “애초 불법인 (의장) 불신임안을 불법적으로 계속 밀어붙이면 불신임 효력 가처분 신청은 물론 추가적으로 나를 모함한 언론사와 기자, 정치인들을 무더기 고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실제 허 의원이 법원에 의장 불신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이것이 인용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우선 시의회는 5개월 남은 9대 전반기 시의회를 이끌 의장 선출에 곧 들어갈 예정인데 이런 상황에서 가처분이 인용되면 자칫 전반기 의장이 두 명이 되는 이상한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동시에 의장직 박탈과 함께 수면으로 갈아 앉았던 시의회 징계 기구인 '윤리특별위원회' 개최 논의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의장직 버티기로 허 의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이 문제를 법원까지 끌고 갈 경우 의장직을 넘어 의원직 제명까지도 점쳐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의원 제명을 위해선 윤리특위 회부와 함께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40명) 3분의 2(27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열린 본회의 의장 불신임의 건 표결에는 33명이 참석해 2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김명주(민·서구6) 시의회 윤리특별위원장은 “민주당 내에서도 윤리특위 개최에 대해 의견이 나뉘지만 의장직 내려 놓는 정도면 됐다는 쪽이 다수인 게 사실”이라며 “오늘 불신임안이 가결 됐으니 (윤리특위 개최에 대해) 논의를 다시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5·18 기념재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허식 의원의 의장직 박탈을 환영하며, 5·18 왜곡·폄훼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한 대처를 한 인천 지역사회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인천지역연대와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 12일 인천경찰청에 허 의장을 5·18특별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고 5·18 기념재단 역시 최근 같은 혐의로 허 의장이 배포한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 기자를 고발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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