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을 두고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수원의 어느 대학 토론회에서 622조원 투자 규모로 메가 클러스터를 추진한다고 밝힌 데 대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과거 정부 때부터 시작된 투자계획을 마치 현 정부가 새로 추진하는 것처럼 재탕 삼탕한 것이고 지난해 6월 “경기도 정책을 표절한 것 같다”고 반박하자, 이상일 용인시장이 오히려 김지사가 표절한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한다. (인천일보 24일자 경기판 1면)

우리가 볼 때 이 논란은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별 의미 없는 말싸움에 불과하다. 수원 용인 평택 화성 이천 안성 성남까지 연결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상이 원래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5월 'K 반도체 전략'에서부터 발전한 것이라는 사실은 제쳐 두더라도, 2047년을 목표연도로 한 클러스터 조성 청사진은 사실상 기본전략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23~24년 동안 반도체 기술력과 시장이 지금과 얼마나 달라져 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시장의 상황에 민감한 반도체 기업들은 적어도 분기별로 기술력과 시장을 체크해서 유연하게 변동에 대처해야 한다. 이 같은 상식을 무시하고, 600조를 들먹이며 초거대규모만 강조하는 것은 실속은 제쳐놓고 장밋빛 포장에만 열을 올리는 격이다. 앞으로 대전략이 축소되거나 수정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진정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반도체 전략을 얼마나 탄력적으로 현실화해 나가느냐다.

경기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넘어야 할 산이 어마어마하다. 무엇보다도 클러스터에 공급할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발등의 불이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클러스터는 첫발을 떼기도 힘들다. 투자를 약속한 삼성과 SK 등의 자금력과 기업 내부 사정도 향후 어떻게 될지 잘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국가전략을 두고 누구 업적이냐 진실게임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