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 성영희 시인

아이 엄마가 되어 이룬 문학소녀
“아직 꿈 꿀수 있나” 생각에 시작
'물의 끝에 매달린 시간'으로 수상

성영희(사진) 시인이 세번째 시집 <물의 끝에 매달린 시간>으로 2023년 인천문학상을 받았다.

제 몸의 물기를 빼고 잎들을 모두 떨궈 땅속 어린 생명을 보호하려는 겨울나무의 환원의 인내로 작품을 써서일까. 그는 이번 수상이 어느 때보다 값지다고 말했다.

“35회째 명맥을 드높이고 있는 인천문학상 수상자라니 믿기지 않더군요. 명예와 전통에 누가 되지 않게 더 좋은 작품 써야겠다는 마음뿐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가사일을 하며 평범한 주부로 살던 그가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마흔이 지나서였다.

“아이 과제를 돕다가 얼떨결에 학부모 자격으로 글을 제출했는데 상을 주시더라고요. '아 나 아직 꿈을 꿀 수 있나'하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고 시를 썼어요.”

성 작가는 어릴 때부터 글 잘 쓴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그에게 문학 작가가 된다는 것은 그저 꿈에 불과했다.

“이제는 시를 쓰지 않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어요. 무의미하죠. 소중한 기록과 탈피의 해방을 그린 제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번 인천문학상 후보작 가운데 성 작가의 시는 웅숭하면서도 뚜렷한 심연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아프고 외로운 것들을 종이 위에 옮겨 보듬고 나누려 합니다. 봄밤의 배꽃처럼 겨울 동굴 속 한 방울 물소리 처럼 환하고 투명하게 시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