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기장 인조잔디 교체 당시엔 사용
특별한 하자 없고 이용자 만족도 높아
보조경기장은 일반 제품 선택해 시공

시체육회 “동일 제품 이용 요청 묵살”
품질 차이 문제 주장…발생 원인 미상
종건 “새 규정 시행…상황 달라져” 해명
▲ 지난 8월 비가 내리자 물에 잠긴 보조축구장.

국가에서 권장하는 조달우수제품을 안쓸걸까, 못쓴걸까.

송도LNG종합스포츠타운 보조축구장 배수 불량 문제(인천일보 11월 27일자 13면 '비 오면 물 차는 축구장, 공 대신 물 차는 동호인')의 근본 원인을 놓고 인조잔디 교체공사를 발주·시행한 인천시종합건설본부(이하 '종건')와 시설을 직접 관리하는 인천시체육회(이하 '시체육회')가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27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체육회는 지난해 보조축구장 인조잔디 교체공사에 앞서 종건에 '주축구장과 동일한 수준의 제품을 선정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 2020년 교체 공사 후에도 배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주경기장 인조잔디(조달우수제품) 바닥. 배수 구멍이 곳곳에 보인다.
▲ 2020년 교체 공사 후에도 배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주경기장 인조잔디(조달우수제품) 바닥. 배수 구멍이 곳곳에 보인다.

보조축구장과 가운데 펜스를 두고 맞닿아 있는 주축구장은 2020년 '우수조달물품'(이하 '우수제품')으로 인조잔디 교체 공사를 했는데 이후 별다른 하자나 문제가 없었고 이용자 만족도도 높았기 때문이다.

우수제품은 조달청의 까다로운 기준과 심사를 거쳐 제품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은 제품으로 판로 지원을 받는다.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별도 계약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구매할 수 있으며 수의 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보조축구장은 조달우수제품이 아닌 일반제품으로 시공됐다.

2021년 4월 조달청 공고로 '인조잔디 다수공급자계약 추가특수조건'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종건의 해명이다.

해당 조건으로 1억 원 이상 인조잔디를 구매하는 경우에는 다수공급자계약(2단계 경쟁)을 통해서 납품 업체를 선정해야 돼 주축구장 인조잔디 교체공사 때와 같이 수의계약으로 우수제품을 쓰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 시공 후 배수 불량 문제가 불거진 보조경기장 인조잔디(일반제품) 바닥. 2020년 주경기장 공사에 쓰인 조달우수제품 인조잔디 바닥에서 볼 수 있었던 구멍이 없다.
▲ 시공 후 배수 불량 문제가 불거진 보조경기장 인조잔디(일반제품) 바닥. 2020년 주경기장 공사에 쓰인 조달우수제품 인조잔디 바닥에서 볼 수 있었던 구멍이 없다.

아울러 '특혜 시비 우려'도 이유로 들었다.

종건 관계자는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된 제품이면 일반제품이라도 우수제품과 큰 품질 차이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기본적으로 우수제품이 일반제품보다 단가가 1.5배 정도 비싼데 우수제품을 수의계약을 하면 향후 특혜 논란 등이 있을 수 있어 실무자 입장에선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자체 조사 결과 제품 하자는 아니고 인조잔디 두께 차이 등으로 배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준공 이후 세 차례 하자 보수를 통해 문제가 거의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설을 관리하는 인천시체육회와 동호인들은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배수 불량 상황은 여전하다. 주축구장과 달리 보조축구장만 공사 후 배수가 되지 않는 것은 우수제품이 아닌 일반제품으로 시공됐기 때문 아니겠냐”는 입장이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최초 준공 당시 공인되지 않은 제품이 설치돼 국제하키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회는 물론 국내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회도 개최하지 못한 선학하키경기장 사례 등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보조축구장 인조잔디 교체공사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라며 “인천시축구협회도 주축구장과 다른 잔디가 보조축구장에 시공되면 이질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축구장과 동일한 수준의 제품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난해 준공 후 지금까지 근본 원인을 찾지 못한 가운데 지금까지 세 차례나 보조축구장 하자 보수 공사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비가 오면 운동장에는 물이 찬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달청도 “조달우수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인천시체육회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조달청 관계자는 “(종건이 이유로 든)해당 조건은 인조잔디 다수공급자계약시에만 적용되는 규정이고 조달청 계약 전반을 통솔하는 규정이 아니다. 우수제품은 '물품구매(제조)계약추가특수조건'을 적용받고 여기에 인조잔디와 관련해 별다른 제약 사항은 없다”며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구매 금액이 1억 원 이상이어도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우수제품은 기술료가 붙어 일반제품보다 단가가 높은 편인데 수요기관의 입찰 공고와 낙찰 기준에 따라 입찰 경쟁력이 좌우되기 때문에 조달우수제품도 일반경쟁입찰의 공고조건에 적합한 경우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조축구장 배수 불량 문제가 반드시 우수제품과 일반제품 품질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고, 인조잔디 교체공사에는 평탄화 작업을 위한 석분 포설 및 제품간 접착, 충진재 배토와 브러싱 등의 여러 시공이 동반되는데 이 같은 시공 과정에서의 하자로 배수 불량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을 밝혔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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