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용인시 한 의료재단이 설립한 A준종합병원은 환자 이송을 담당했던 B사설 구급차 업체로부터 '협약 해지 통보' 공문을 받았다.
공문에는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병원출동이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 담겼다. A병원은 10개 응급실 등 200개 이상의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주·야간 응급환자 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는 '응급의료기관'으로도 지정돼있다. 하루 책임지는 응급실 내원 환자는 30~40명에 달한다.
B업체는 영업손실에 시달렸다고 한다. 응급환자 특성상 주로 인근 대학·종합병원으로 이송하게 되는데, 그 과정서 많은 시간과 인력이 수반된다는 이유다. 실제 A병원은 수원·화성·성남 등 타 병원에 환자 이송을 요청했을 때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잦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평균적으로 환자 이송이 결정된 시간은 5~6시간. 사설 구급차는 응급환자 이송 요청 병원에서 대기하는 게 원칙이다. 이송할 병원이 정해지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현행 '응급의료법'은 환자를 완전히 병원에 인수인계한 경우와 주행거리(㎞) 계산을 따져 이송처치료를 지급하게 할 뿐이다. 대기에 걸린 시간은 보상 규정이 없다.
B업체 관계자는 “병원에서 부르면 즉시 14~15㎞를 달려 도착하지만, 막상 이송할 병원이 없다며 기약 없이 기다리게 된다”며 “그동안 일을 전혀 할 수 없고 주말·야간 근무로 인건비도 상승한다”고 했다. 이어 “응급구조사도 노동자이자 사람이다. 대기실도 없는 병원에서 고되게 일하는 구조는 옳지 않다고 판단, 협약을 파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자체 보유한 특수 구급차 1대를 가동하고 있으나, 동시다발적인 환자 발생 등 특이상황에 대응하긴 어려워 고민 중이다. 보통 병원은 의료진이 부족해 '의료인력 탑승'이 필수인 구급차를 100% 가동하지 않고 사설 업체와 분담한다.
의료계에 23년째 몸담았다는 A병원 관계자는 “응급의료 시스템이 꼬이고 있어 병원 입장도 답답하다. 빨리빨리 옮겨야 환자가 안전하고, 업체 불만도 없지만 '핫라인(직통전화)'으로 통화해도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우리는 환자, 보호자한테 왜 이송 안 하냐고 욕 먹곤 한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잦은 응급환자 대기, 도심과 떨어진 장소, 협약 파기 등의 부정적인 소문이 돌면서 업계에서 A병원 배차를 꺼리는 분위기다. 자칫 '구급차가 찾지 않는 병원'이 될 수 있다. 이에 병원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까지 꺼냈다.
A병원 관계자는 “업계와 상부상조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정부가 이송 요금을 딱 얼마로 정할 게 아니라 대기요금을 포함할 수 있게 하고, 환자 건강보험료 청구 등도 가능하게 개편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병원 앞에서 만난 한 노인 환자는 “구급차가 불안정하다는 건 널리 알려졌는데 정부는 왜 그리 관심 없는지”라며 한탄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민간 구급차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 환자 이송거부와 업계 어려움 등에 따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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