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R&D 예산 삭감은 과학기술기본법 위반·대통령의 공약 파기

 

윤석열 정부의 기상청 R&D 예산삭감으로 인한 연구 현장의 혼란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1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정(더불어민주당, 경기 파주시을) 위원장은 기상청의 내년 R&D 예산이 전년 대비 17.5%나 삭감된 데 대해 졸속·일방적으로 추진된 점에 대해서 강하게 질타했다.

문제는 기상청 R&D 예산 삭감이 과학기술기본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의 공약을 파기했다는 데 있다. 2024년도 국가 R&D 예산 배분조정안은 8월 22일에 의결되었다. 이는 과학기술기본법 제12조의2 제5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제출 기간인 6월 30일을 53일 초과한 것이다.

더욱이 현 정부 출범 당시 국정과제에도 담겨있던 ‘R&D예산을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약속은 이번 예산안에서 정부 총지출 대비 R&D 예산의 비중(3.9%)이 전년 대비 0.9%p 감소하며 지켜지지 못했다.

기상청의 정상적인 R&D 사업 추진 역시 불투명해졌다.

기상청은 ‘삭감 시 예상되는 문제점이 무엇인가’라는 박정 위원장실의 질문에 “기존 중장기적으로 추진된 연구목표 및 연구내용 일부 차질이 우려된다”고 답한 바 있다. 실제로 기상청의 ‘스마트시티 기상기후 융합기술 개발’과 같은 주요 R&D 사업은 예산 삭감으로 인해 17억 3000만 원이 증발해 연구개발기관에 혼란과 차질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방적인 예산 삭감 과정 또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박정 위원장실에 따르면, 기상청은 1월에 제출한 R&D 중기사업계획서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정안을 8월 9일에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6월 28일, 과기부가 5천억 원이 증액된 주요 R&D 예산안을 마련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상청 R&D 예산은 6월 28일부터 8월 9일 사이 42일 만에 깜깜이로 진행된 것이다.

박정 위원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비판에는 그렇게 과학을 강조하던 이 정부가 정작 과학이 필요한 R&D 예산에는 대통령 한마디에 왜 주먹구구식이 되어야 하는지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성수 기자 ssho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