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 상품…고인 향한 그리움, 비싼 추모품으로 악용하나

차례상 미니어쳐는 8만5000원
고가에 '얄팍한 상술' 지적나와

수원 연화장 “유족 요구로 시행”
업계 “100% 수작업…안 비싸 ”
화성 함백산은 시설물 부착 금지
▲ 납골당(봉안당)안으로 유족들을 상대로 판매중인 미니어쳐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에 제사상 미니어쳐는 8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 납골당(봉안당)안으로 유족들을 상대로 판매중인 미니어쳐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에 제사상 미니어쳐는 8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납골당이 초라하면 찾아오는 가족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까봐 … ”

지난 추석명절 수원 연화장을 찾았다는 김모씨(49). 추모 공간 앞에 진열된 이색적인 상품에 눈길이 갔다. 차례상이나 평소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 취미 용품들을 작은 모형 형태로 재현해 놓은 '납골당(봉안당) 미니어처'였다. 유족들은 납골당 안에 미니어처를 넣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김씨는 차례상 모형 구입을 위해 둘러보던 중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모형의 판매가가 적게는 3만원대부터 많게는 8만5000원까지 값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화려하게 장식된 다른 납골당과 비교해 고인의 납골당이 초라해질세라 마지못해 지갑을 열었다.

이른바 '납골당 꾸미기'가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추모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판매가격 때문에 유족들의 마음을 이용한 '얄팍한 상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수원 연화장 내에서 판매중인 납골당 미니어쳐가 판매대에 진열돼 있다.
▲ 수원 연화장 내에서 판매중인 납골당 미니어쳐가 판매대에 진열돼 있다.

통계청이 지난 2021년 발표한 사회조사 통계를 보면 국민이 선호하는 장례 방법으로 화장 후 봉안(34.6%)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안당 공간을 꾸미는 '납골당 꾸미기'가 최근 인기를 얻으면서 아이디어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봉안당 주변으로 꽃 테두리를 두르는 '봉안당 리스'나 '미니꽃다발', '제사상 미니어처' 등이 대표적이다. 상품들의 판매가도 천차만별이지만 일각에서는 비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윤자(40)씨는 “납골당 모습이 초라하면 왠지 가족들이 찾아오지 않은 것 처럼 느껴져서 어쩔 수 없이 사게 됐다”며 “상품들은 대개 납골당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보니 선뜻 지갑을 여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업계의 반응은 달랐다. 수원에서 음식모형을 제작해 판매하는 A업체 관계자는 “제품들은 실제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며 “3∼4일의 기간동안 100%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건비를 고려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값싸고 질 떨어지는 중국산에 밀려 현재는 절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옆 나라 일본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제품이 20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한다”고 했다.

수원 연화장 관계자도 “미니모형 상품들은 수원 연화장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도를 하게 된 아이디어 상품 중 하나”라며 “가격 또한 시중가에 절반 수준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고 납골당의 장식 제품들은 유족들의 요구로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 화성 함백산 추모공원의 봉안당 모습이다. 화성시는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운영규정 조례'에 따라 액자 1개 비치를 제외하고 비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 화성 함백산 추모공원의 봉안당 모습이다. 화성시는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운영규정 조례'에 따라 액자 1개 비치를 제외하고 비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문을 연 화성 함백산 추모공원의 경우 '납골당 꾸미기' 제품 비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화성도시공사 함백산추모공원 운영 조례'에 따라 추모공원에서 제공하는 액자 1개 외에 어떠한 시설물도 부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함백산 추모공원을 찾은 유족 윤모(53)씨는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추모 상품을 놓아 달래기도 하는 것 같다”며 미니어처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생각이 든다면 미니어처 외에 다른 저렴한 방법을 생각해 볼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