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근 사회부 기자
▲ 유희근 이슈팀 기자

도시 전체가 후미진 뒷골목처럼 비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2001년 개봉한 두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와 '파이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천' 영화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배우 배두나는 '인천에서 가장 좋은 여상'을 나왔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가족이 운영하는 찜질방에서 무급으로 일하는 고졸 청년(태희 역)으로 나오는데, 흥미롭게도 올해 초 개봉한 영화 '다음 소희'에선 현장실습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특성화고 학생의 죽음을 조사하는 경찰(유진 역)역할을 맡았다.

영화가 현실을 반영한다면, 그간 직업계고(구 실업계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위상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최근 이슈팀 기획 기사, '직업계고, 편견깨기 프로젝트' 를 준비하면서 많은 직업계고 재학생과 졸업생을 만났다.

올해 초 한 청소년 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2~18세 청소년 응답자 절반 가까이가 '아직 꿈이 없다' 고 답했다는데, 이들은 일찍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 당당히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한국사회 대표적 병폐로 꼽히는 학력·학벌주의를 공고화하는 조기교육보다 조기 진로지도가 훨씬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걸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직업계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문제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다.

학력·학벌주의가 사라진다면, 직업계고를 나와도 안정적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이 형성된다면 자연스럽게 직업계고에 대한 인식과 평판도 나아질 것이다.

이 같은 근본적 문제 해결 노력과 더불어 직업계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도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유희근 이슈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