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었다. 한 취재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저출산 이야기가 나왔다. 30대 초반 결혼해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는 나를 향해 “이 시대 진정한 애국자”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합계출산율이 1명이 채 되지 않는 요즘 시대에서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은 가끔 황송한 애국자 대접을 받곤 한다.

내 주변 또래들만 봐도 애 낳기를 꺼린다. 결혼 후 몇 년 뒤로 자녀계획을 미루기도 하고, 아니면 둘이서 알콩달콩 살아가겠다는 부부들도 흔하다.

자녀를 낳으면 대부분은 1명으로 족하다고 한다. 사실, 족하다기보단 그 이상은 버겁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나만 해도 자녀 둘은 낳겠다는 당찬 포부였는데, 애 한 명 키워보니 더 이상은 무리지 싶다. 경제적 이유는 물론이거니와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들어가는 신체적·정신적 에너지와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왜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만큼 아이 하나 기르는 데는 상상 이상의 어려움이 따른다.

저 아프리카 속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또 있다. 바로 '마을'이다. 주변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라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사는 동네, 지자체, 더 나아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상기시킬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가가 저출산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느냐, 지자체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양육 정책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등이 생각보다 개개인의 양육 문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놀이터에서 또래 아이들을 쫓아 뛰어다니며 좋아하다, 집에서 혼자 블록놀이를 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볼 때면 짠할 때가 있다. '하나보다 둘인가?'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금세 현실로 돌아온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곽안나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