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준 경기본사 정치부 부국장<br>
▲ 김기준 경기본사 정치부 부국장.

핵가족화로 가정이 붕괴한 현실에서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세상 소식을 들으며 함께 밥 먹을 식구를 찾는 최후의 휴식처다. 그런데 의정부 한 경로당이 1년 넘게 전쟁터로 변했지만, 누구도 이를 말리지 못하고 있다.

발단은 회원가입과 선거다. 한쪽엔 새로 취임한 회장이 근거도 없이 회원가입을 거부하고 있다는 문밖 파(?)가 있다. 반대엔 경로당에 풍파를 일으켜 퇴출당했거나 자진 탈퇴한 사람들을 다시 받아주면 시끄러워질 것이란 안방 파(?)가 있다. 안방에 들어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들어가면 며느리 말이 맞는다고, 꼭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는 느낌이다. 상호 불신이 극에 달해 의정부시청에 가 시위를 벌이다 못해 경찰서까지 찾아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러 번 민원이 제기돼 시가 해당 경로당에 대한 점검에 나섰으나 서류상으로는 하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대한노인회 의정부지회도 “희망하는 노인을 회원으로 받아주지 않을 경우 징계에 나서겠다”고 수차 경고에 나섰지만 변한 것은 없다.

시가 올해 관내 250여개 경로당에 27억8000만원을 지원하고 이 경로당에도 800만원 정도 주게 되는데, 분규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다. 노인회 지회도 상부에 상벌위를 요청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처지다. 그 사이 회장 선거일은 다가오고 회원 자격이 없는 경로당 밖 노인들은 속수무책이다.

어르신의 발언권이 세지고, 동네마다 웬만한 직능 단체의 회장을 역임한 노인들이 적지 않다 보니 경로당 내 갈등도 급증하는 추세다. 가능하다면 '지원은 하되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살 날이 많지 않은 노인을 경로당 밖 공원에 방치하는 것은 옳은 정책이 아니다. 경로당까지 정치판의 '정글'이 되지 않도록 촘촘한 규정을 만들어야 할 때다.

/김기준 경기본사 정치부 부국장